[아시아경제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북한이 우리 정부의 대화에는 호응하지 않으면서 대화의 추가 조건을 내놓고, 대남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 정부가 제의한 1월 남북대화와 설계기 이산가족 상봉 논의는 한미합동군사훈련이 끝나는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정부와 전문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26일 "북한의 강한 반발에다 1월이 사실상 얼마 남지 않았고, 이산가족 상봉 준비를 감안할 경우 남북대화나 설계기 이산가족 상봉은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25일 최고 권력기구 국방위원회 정책국 성명을 통해 한미합동군사훈련과 대북 전단살포 등에 대한 비난을 계속하면서 우리 정부에 "북남관계에서의 대전환, 대변혁을 위한 역사적 조치들에 계속 도전해 나서는 경우 단호한 징벌로 다스려나갈 것"이라고 협박했다.
이는 류길재 통일부 장관의 제의를 정면으로 거절한 것이다. 류 장관은 25일 금강산관광 재개 용의를 표명했으며, 그 전날에는 북한에 대화에 나와서 접점을 찾으라고 주문했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성명에서 대북 전단 살포 문제를 본격 제시하고, 올해 들어서는 5·24조치 해제와 한미군사훈련 중단을 요구하는 등 전제조건을 계속 내걸고 있다. 특히 조평통은 지난 23일에는 이산가족문제를 해결하려면 5·24조치를 해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세종연구소 정성장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기에도 있었던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제삼는 것은 대화의지를 의심케한다"면서 "25일 성명을 보니 한미 연합군사훈련 이전 당국 간 대화,이산가족 상봉은 어려울 것 같다"고 전망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1월이 며칠 남지 않아 1월 회담은 사실상 물건너갔다"면서 "설계기 이산가족 상봉도 준비기간을 감안하면 역시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 하순 이뤄진 설계기 이산가족 상봉은 2013년 무산된 상봉이어서 상봉대상 가족이 모두 선정돼 있었던 터라 준비기간이 짧아 고위급 접촉 후 불과 10여일 만에 성사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봉대상 선정과 생사확인 등 모든 것을 새롭게 해야 하는 만큼 최소 한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통일부는 내다보고 있다. 더욱이 키리졸브·독수리 훈련 등 한 달 이상 지속하는 한미 군사훈련이 3월초부터 시작하는 만큼 설계기 이산상봉은 어려울 것이라는 게 통일부 실무자들의 판단이다.
통일부 다른 당국자는 "우리는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남북 당국 간 대화를 개최해 남북간 상호 관심사를 포괄 협의·해결하자는 입장을 수차례 밝힌 만큼 북한이 호응해야 할 차례"라고 강조했다.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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