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정법 시행령 개정안 국무회의 통과…5월부터 재건축 연한 등 규제 풀려
-재건축 연한 30년으로 단축…1980년대 후반~1990년대 초반 지어진 아파트 호재
-대표적인 수혜지로 꼽히는 서울 목동·상계동 등은 반짝 시세 올랐다가 잠잠…재건축 기대감은 여전
-대청·대치2 등 리모델링 추진 단지는 재건축 검토 후 다시 리모델링으로 선회
[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 윤나영 기자]재건축 가능 시기(연한) 단축, 안전진단 기준 완화 등 재건축 규제가 오는 5월부터 대거 풀리면서 재건축 시장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1980년대 후반~1990년대 초반 건설된 아파트가 대표적인 수혜지로 꼽히는데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서울 목동, 상계동, 방이동 등의 단지에는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이 퍼져있는 반면 강남권 리모델링 추진 단지는 재건축 대신 리모델링으로 다시 선회하는 모양새다.
◆"재건축 기대감에 호가 올려"= 정부는 9·1 대책에서 재건축 연한을 최장 40년에서 30년으로 10년 단축키로 하면서 1980년대 후반~1990년대 초반에 지어진 아파트가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했다. 재건축 연한이 40년에 달하는 서울시의 경우 1987년 이후 건설된 아파트부터 재건축 추진 시기가 2~10년 앞당겨지게 된다. 특히 1986~1988년 집중적으로 준공된 서울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노원구 상계동 주공아파트, 송파구 문정동 올림픽훼밀리·방이동 올림픽선수기자촌 등의 재건축 사업 추진이 빨라질 것으로 예상됐다.
이들 단지는 대책 발표 이후 호가가 오르고 투자 문의가 늘어나는 등 '반짝 호재'를 누렸다. 목동 신시가지 1~14단지는 용적률이 110~160%로 상대적으로 낮아 수익성이 높은 편인 데다 입지여건이 좋아 투자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대책 발표 이후 평형별로 호가가 5000만원에서 최대 1억원까지 올랐다"면서 "11월 말~12월 초부터는 매도자와 매수자간 가격 접점을 찾지 못해 거래가 얼어붙었다"고 전했다.
상계동 주공아파트도 대책 발표 이후 평형별로 250만원 정도 올라 전용면적 59㎡는 1억6000만~1억8000만원, 80㎡ 2억3000만~2억5000만원대다. 10월 이후 매매가는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으나 문의 전화는 끊이지 않고 있다. A공인 관계자는 "요즘도 하루에 5~6통 정도 재건축 관련 문의 전화가 온다"면서 "재건축 연한 완화가 시행되면 상황이 또 달라지지 않겠냐"고 되물었다.
방이동 올림픽선수기자촌도 마찬가지다. 이 일대 공인중개사는 "여기는 지금 당장이라도 재건축 하자고 하면 할 분위기"라고 했다. B공인 대표는 "전세 재계약이고 매매고 잘 이뤄지지 않다가 9·1 대책 이후 매매 숨통이 트였다"면서 "아파트가 너무 노후됐고 학군이나 대지지분 등을 고려했을 때 재건축 수익성이 나쁘지 않다는 게 이쪽 분위기"라고 했다.
◆"리모델링은 그대로"= 한 때 재건축 전환 논의가 있었던 서울 강남 리모델링 추진 단지는 재건축 카드를 접는 분위기다. 재건축으로 간다 해도 사업성이 크게 나아지지 않는 데다 10년이 넘는 기간을 더 기다릴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서다.
국토교통부가 재건축 문턱을 대폭 낮추겠다고 하자 1980~1990년대 지어진 리모델링 추진 아파트를 중심으로 재건축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1992년 준공된 서울 개포동 대청아파트는 2032년이던 재건축 가능 시기가 2022년으로 앞당겨지면서 재건축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리모델링을 반대하는 비상대책위원회까지 꾸려질 정도였다.
그러나 다시 리모델링 쪽으로 기우는 추세다. 지난해 10월18일 있었던 시공사 선정 총회에서는 조합원 수가 오히려 27명 늘었다. 이날 전체 822가구의 82.5%를 차지하는 조합원 가운데 55%가 참석했다. 조합은 연내 관련 인허가 종료 후 내년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신재호 사무장은 "대청아파트는 일조권, 전망권, 대지면적에 따른 동간 거리 문제, 사업 기간 등을 감안할 때 재건축은 큰 실익이 없고 시간만 많이 소요된다"면서 "9·1 대책 이후 재건축으로 가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시공사 선정 총회, 2차에 걸친 설명회를 하면서 리모델링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이 났다"고 설명했다. 시공사를 선정한 것 자체가 사실상 리모델링으로 간다는 신호탄이라고도 했다. 같은 해 준공된 개포동 대치2단지도 올해 안전진단 등 사업 계획을 짜고 있다.
1987년 지어진 반포동 미도아파트는 9·1대책에 따라 재건축 가능 시기가 2019년에서 2017년으로 2년 앞당겨지며 세간의 관심을 받았지만 아직 리모델링이냐, 재건축이냐를 놓고 선택하지 못한 상태다. 황갑성 리모델링 추진위원장은 "재건축 연한이 2년 짧아졌지만 정비예정구역으로 지정받으려면 3~5년이 또 걸린다"면서 "미도의 경우 리모델링이 효율적이고 수익성도 좋지만 상황을 봐가면서 조만간 주민 의견을 묻는 설문조사나 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박철진 대청아파트 리모델링 조합장은 "정부가 지난해 4월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허용해놓고 9월달에는 재건축 규제 완화 방안을 발표하며 주민들이 오히려 혼란스러워졌다"고 지적했다.
박혜정 기자 parky@asiae.co.kr
윤나영 기자 dailybes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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