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한명이 아쉬운 상황이나 증권가 나쁜관행과 용감한 전쟁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몰빵ㆍ단기 투자자는 더이상 우리 타겟(목표) 고객이 아니다."
주진형 한화투자증권 사장이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소수 종목만 급하게 사고파는 투자자들은 과감하게 배제하고 영업하겠다는 의미다.
주 사장은 지난 2013년 9월 곤두박질치던 한화투자증권의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이후 증권사들이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발언과 전략들을 쏟아내며 금융투자업계를 발칵 뒤집어놓고 있다. 그의 행보 하나 하나는 업계의 관행을 전면 부정하는 내용들이었다. 이런 관행을 뜯어고치는 대수술에 나서지 않고서는 증권업계가 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주 사장은 "업계 사정을 아는 사람들이 듣기에 이것은 거의 미친 짓일 듯하다"며 "그럼에도 다시 한 번 이를 악무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또 "고객 대다수에게 턱도 없을 이야기"라며 "우선 10개 종목에라도 분산투자하기를 권하기로 했는데 아마 거의 듣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화투자증권은 '이익은 지키고 위험은 줄이는 분산투자'라는 제목의 투자자 가이드도 내놨다. "보유종목 수가 늘어나면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이 감소하고 수익률은 일정 수준으로 유지된다. 10개 종목이 가장 좋고, 최소 5개 종목 이상에는 분산투자하는 게 좋다"는 내용이 골자다.
한화투자증권 자체 분석 결과 최근 5년간 3개 종목 이하에 집중 투자한 자사 고객 비율은 전체의 83%에 달한다. 이 같은 초강수 카드를 꺼내는 것은 그동안의 개혁 성과가 미진했기 때문이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해 8월 '주식매매 회전율의 불편한 진실'이라는 투자자 가이드를 발표했다. 당시 주 사장은 "영업직원들이 고객의 수익률은 뒷전이고 과당매매를 통해 수수료 수입에만 초점을 맞추는 세태를 바로잡겠다"고 다짐했다. 이후 오프라인 주식회전율은 과거에 비해 다소 줄었지만 온라인에서는 별반 차이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직원들을 닦달하며 '고객 중심'을 주창했지만 정작 고객들이 습관에 매몰돼 따라오지 않고 있는 것이다.
주 사장은 "단타 투자자들 대다수가 몰빵 투자를 하는 모습을 보인다"면서 "포트폴리오 투자를 제시해도 마이동풍이다. 수익률이 나빠도 자신이 원하는 투자방식은 그것(몰빵ㆍ단기 투자)이라고 한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고객을 포기하는 것은 아깝지만 그러다 보면 타게팅이 어정쩡해진다"며 "타게팅이 제대로 안 되니 고객들이 보기에 (모든 증권사가) 다 같다" 지적했다.
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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