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의정부에서 발생한 아파트 화재 사고는 우리가 얼마나 불안전한 사회에 살고 있는지를 다시 한 번 절감하게 한다.
지상 1층 주차장에 세워둔 오토바이에서 시작된 불이 불과 몇십 분 만에 10층 아파트 전체로 번지고, 바로 옆 아파트 2개 동에까지 옮겨 붙었다. 한밤중도 아닌 오전 9~10시대의 상황이었음에도 주민들이 미처 피하지 못해 4명의 사망자를 포함해 사상자가 무려 130명에 이르렀다.
보고도 믿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화마가 번지고 사상자가 많이 난 원인은 건물 자체에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불에 잘 타는 스티로폼을 내장한 드라이비트라는 가연성 단열재로 건물 외벽이 마감 시공된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이것이 불쏘시개가 되면서 유독성 가스까지 내뿜은 것이다. 옆 건물과 떨어진 거리가 1.6m, 불이 옮겨 붙은 두 건물간 거리는 1.8m에 불과했다. 이같이 좁은 이격공간이 마치 연통과 같은 작용을 하여 불길을 순식간에 확산시켰을 가능성이 높다. 이 밖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았던 것과, 진입로에 자동차들이 다수 주차하고 있었던 탓에 출동한 소방차가 접근하는 데 10여분 더 지체된 것도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위법이 아니라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 불이 난 아파트는 건축법상 '도시형 생활주택'으로 2012년에 준공됐다. 도시형 생활주택은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에 1~2인 가구가 증가하는 추세를 고려해 서민용 소규모 평형 주거시설을 신속하게 공급하기 위해 도입한 공동주택 유형이다. 일반 공동주택에 비해 시공 자재, 건물 간격, 주차장 설치 등에 관한 기준이 대폭 완화됐다. 원룸형 오피스텔이나 다가구주택과 비슷한 형태이지만 이름에 '아파트'가 많이 사용된다. 일반 아파트와 달리 다닥다닥 붙여 지을 수 있고, 주차공간이 부족해 주민들이 진입로 골목주차를 안 할 수 없다. 규제완화가 불과 몇 년 만에 여러 사람을 죽거나 다치게 만든 셈이다.
도시형 생활주택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그동안 총 30만가구 이상이 공급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 모두에 대한 전수 안전점검이 필요하다. 아울러 경제활성화 등 규제완화의 그 어떤 명분이라도 국민의 안전보다 앞설 수는 없다는 원칙을 되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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