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유로존의 물가가 마이너스로 내려가면서 유럽중앙은행(ECB)이 오는 22일 열리는 통화정책회의에서 대규모 양적완화 카드를 쓸 가능성이 더 커졌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그러나 양적완화는 ECB가 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지만 동시에 가장 효과 없는 정책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7일(현지시간) 분석했다.
양적완화가 미국 경제를 살릴 수 있었던 이유는 저렴한 달러자금의 수혜가 기업과 가계로 돌아가면서 이것이 투자·소비 확대로 이어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럽의 금융 시스템은 미국과 다르다. 유럽에서는 중앙은행이 살포한 유동성이 시중에 고루 공급되지 못할 수 있다는 뜻이다. 최근 유럽 주요국 국채금리가 사상 최저치로 내려가는 등 자금조달 비용이 저렴해졌지만 이것이 기업경기나 고용시장 회복에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 좋은 예다.
미국 기업들은 자본시장에서 비교적 수월하게 자금을 빌릴 수 있다. 반면 유럽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은행권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그러나 유럽 은행들은 미국 은행들보다 체력이 약하다.
유럽의 정부지출이 미국보다 현저히 낮은데다 영국이 이미 양적완화를 실시한 것도 부담이다. 유럽에서 디플레이션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기관은 ECB가 유일하다. 최대 경제국 독일의 반대 역시 번번이 ECB의 발목을 잡고 있다.
중앙은행이 풀어놓은 돈 보따리가 자산가격을 부풀리면서 고위층만 해택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결국 생활이 더 어려워진 중산층과 중소기업들은 소비와 투자를 줄일 것이다. 이럴 경우 ECB가 일본과 같이 양적완화를 반복하면서 유럽이 장기 디플레이션에 빠지는 시나리오가 예상된다.
이와 같은 악순환을 막기 위해서는 유럽연합(EU)의 투자 확대와 각국 정부의 공공 지출 증가, 채권 발행 및 은행 대출 조건 완화 등이 중요하다고 FT는 지적했다. 유로존의 최대 난관으로 떠오른 그리스의 이탈 가능성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다. 유로존의 이같은 구조개혁이 선행되지 않고서 양적완화를 성급하게 시행할 경우 유럽 경제는 영영 회복의 기회를 잃어버릴 수 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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