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금융의 탈 중개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5일 범금융기관과 함께 마련된 신년인사회 신년사에서 "금융의 요체이자 본질로 인식돼온 '(금융)중개기능'의 효용성이 점점 떨어지고 있는 작금의 상황은 어찌 보면 돌이킬 수 없는 큰 흐름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기반으로 금융 소비자와 공급자가 직접 거래하는 '탈 중개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핀란드 기업 노키아의 사례를 빗대기도 했다. 이 총재는 "진화하는 디지털 시대에 슬기롭게 적응하지 못해 중앙무대에서 밀려난 노키아 사례를 되돌아 봐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금융인의 도덕성도 강조했다. 이 총재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낮아진 금융신뢰도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아 마음을 무겁게 한다"면서 "사회가 요구하는 것보다 훨씬 높은 수준으로 도덕성과 책임성을 끌어올리겠다는 마음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올해는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한층 더 확대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주요국 통화정책방향의 엇갈림이 분명해지고 있어서다. 국가간 상호연계성이 커진 상황에서 어느 한 국가의 금융위험이 확산될 수 있으므로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경제의 장기침체 가능성에 대해서 언급하기도 했다. 2013년 래리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이 '구조적 장기침체'(secular stagnation)을 제기했을 때 귀기울이는 사람이 많지 않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이 이제는 세계경제의 장기침체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 겪어보지 못한 낯선 환경, 저성장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가야 할지도 모른다는 의미"라고 언급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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