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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웠던 정지현형…이젠 내가 세계 정상 지켜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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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 金 레슬링 류한수, 세계선수권 우승 도전

부러웠던 정지현형…이젠 내가 세계 정상 지켜낼 것 류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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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 "쉴 틈이 있겠어요? 야간에도 매트 위를 또 굴러야 돼요."

굵직한 등세모근과 이두박근. 선명한 복근까지.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지난해 10월 1일의 모습 그대로다.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66㎏의 류한수(27ㆍ삼성생명)는 금메달을 딴 뒤에도 하루도 운동을 쉬지 않았다. 바로 전국체육대회를 준비했고, 12월 2일까지 카자흐스탄 세메이에서 전지훈련을 했다. 이달 9~10일에는 김천실내체육관에서 국가대표 1차 선발전이 열린다. 정예선수로 뽑히면 15일부터 태릉선수촌에서 훈련을 시작한다.


류한수에게는 낯설지 않은 일정이다. 국가대표 2진이었던 2008년부터 선수촌을 집처럼 오고갔다. 더구나 대표팀의 안한봉(47) 감독은 소속팀의 지도자다. "지금과 큰 차이는 없을 거예요. 다만 밖에서 많이 뛰겠죠. 벌써부터 몸이 으스스해지네요."

류한수는 지난해 김현우(27ㆍ삼성생명)와 함께 대표팀 선수들의 훈련을 이끌었다. 다른 종목 선수들이 기겁한다는 안 감독의 백여 가지 '사점 훈련'을 솔선수범했다. 모래주머니 40㎏을 다리에 차고 개구리 점프로 육상 트랙을 돌았고, 휴식 없이 허들, 사다리 등의 장애물을 넘었다. 엎드린 자세에서 가슴을 앞으로 밀며 400m 트랙도 이동했다. 완주한 뒤에는 50㎏짜리 타이어와 씨름했다. "가장 먼저 해내야 후배들 앞에서 당당할 수 있겠더라고요. 아무리 힘든 훈련이라도 오기가 생겨서 하게 돼요."


그래도 버티기 힘들 때는 지난날을 떠올린다. 류한수는 2008년부터 2012년까지 국가대표 2진을 면치 못했다. 정지현(32ㆍ울산광역시남구청)과 우승재(29ㆍ한국조폐공사) 등 1진 선수들의 훈련 파트너에 머물렀다. "선배들이 국제대회에 나갈 때마다 배웅하며 '나는 언제쯤 저 자리에 가 볼까'라고 생각했어요. 방송 카메라 앞에서 인터뷰하는 지현이 형이 얼마나 멋있어 보였는지 몰라요."


부러웠던 정지현형…이젠 내가 세계 정상 지켜낼 것 김현우(왼쪽)와 류한수


레슬링 인생은 2012년 국군체육부대에서 66㎏급으로 체급을 올리면서 반등했다. 이듬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고, 지난해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땄다. "끝까지 버텨서 살아남은 거죠. 힘들 때마다 '이 고비만 넘기면 된다'고 생각하며 이를 악무니까 깜깜했던 인생에 한 줄기 빛이 내리더라고요."


올해 목표는 분명하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9월 7일 개막하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다시 한 번 정상을 노린다. "죽기 살기로 달려들어야죠.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1등을 놓치면 많이 속상할 것 같아요."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레슬링은 이번 세계선수권에서 규칙이 바뀔 수 있다. 오는 2월 국제레슬링연맹(FILA) 총회를 앞두고 파테르 벌칙(소극적인 경기를 한 선수에게 주는 벌칙. 벌칙을 받은 선수는 매트에 엎드려 수비해야 한다)을 없애는 쪽으로 뜻이 모이고 있다. 체력이 좋은 한국 선수들에게 유리한 조건이다.


안 감독은 "체력이 강한 한수가 약점인 파테르 방어까지 할 필요가 없어지면 특기(허리 태클에 이은 팔 끌기)를 많이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류한수는 "안 감독님으로부터 힘을 더 키워야 한다는 특명을 받았다"며 "트리플 크라운(올림픽ㆍ세계선수권ㆍ아시안게임)을 이룬 현우처럼 압도적인 경기력을 선보이겠다"고 다짐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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