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남북 관계에 대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어제 신년사에서 "북남관계에서 대전환, 대변혁을 가져와야 한다"며 "최고위급 회담도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남북 정상회담을 언급한 것은 처음으로 남북관계 개선에 강한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우리 통일준비위원회의의 고위급 접촉 제의, 박근혜 대통령의 '평화통일 노력' 발언에 대한 화답으로 읽힌다.
올해는 광복 70년, 분단 70년이 되는 특별한 해다. 남북이 상생의 정신으로 분단의 시대를 극복하고 통일로 나아가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할 때가 됐다. 하지만 남북은 여전히 냉전시대의 낡고 소모적인 대치 상태에 머물러 있다. 화해와 협력, 평화와 번영은 어느 한쪽만의 노력으로는 이뤄질 수 없다. 남북 간 신뢰 회복을 위한 대화가 절실하다.
김 위원장의 최고위급 회담 언급으로 남북관계를 진전시킬 여건은 좋아진 셈이다. 경제적 어려움이나 국제적 고립 상황에서 나온 전략적인 유화공세일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미국이 원칙론에서는 환영한다는 입장이지만 북한의 '진의'에 경계심을 드러내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내민 손을 거절할 필요는 없다. 모처럼 조성된 대화 분위기를 실질적인 교류로 이어가는 게 중요하다.
냉정하게 보면 남북관계 개선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김 위원장은 대화의지를 밝히긴 했지만 한미합동군사훈련, 체제 모독 중지 등 여러 조건을 내세웠다. 지난해 10월 북한의 권력실세 3인방이 인천을 방문해 고위급 접촉을 갖자고 했으나 그 후 대북전단 살포 등을 이유로 대화를 일방 중단한 바 있다. 그런 일을 한두 번 겪은 게 아니다. 핵과 경제의 병진노선에 대한 태도도 바뀐 게 없다.
북한은 말이 아닌 진정성 있는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고위급 접촉을 수용하는 등 당장 조건 없이 대화에 나서는 게 첫걸음이다. 핵 문제에 대한 진전된 입장도 중요하다. 정부도 북한을 개혁과 개방의 길로 이끌어 내기 위해선 보다 유연한 입장을 취할 필요가 있다. 70년 분단의 극복과 한반도 평화 공존은 남북이 함께 가야 할 길이다. 남북이 힘을 모아 올해를 분단 70년사에 남을 남북관계 대전환의 해로 만들어 나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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