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어제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내놨다. 35세 이상 기간제 근로자가 원할 경우 고용기간을 현행 2년에서 최장 4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3개월(현행 1년) 이상만 근무해도 퇴직금을 받을 수 있으며 고용기간을 채웠는데도 정규직 전환이 안 되면 회사가 별도로 10%의 이직수당을 주도록 하는 방안도 들어있다. 비정규직의 고용안정과 처우 개선에 초점을 맞추었다.
정부의 의도는 노동시장의 이중 구조를 개혁해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노사 모두 불만을 표시했다. 노동계는 '비정규직 양산 대책'이라며 반발했다. 숙련된 비정규직의 고용기간을 늘리면 결국 비정규직만 더 늘어날 것이라는 주장이다. 성과가 낮은 노동자 해고 가이드라인 신설, 성과위주 임금체계 개편 등도 '개악'이라며 반대했다.
경영자 측도 볼멘소리다. 3개월 이상 근무 시 퇴직금 지급,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을 경우 이직수당을 지급하도록 하는 방안을 부담스러워한다. 경총은 특히 상시ㆍ지속 업무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 라인이 사실상 정규직 전환을 의무화한 것이라며 강한 거부감을 보였다. 정부안에 대한 노사 간의 시각차는 노동시장 구조 개혁이 얼마나 지난한 과제인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다.
비정규직 문제의 근본 해결책은 정규직으로의 전환이나 '동일노동 동일임금' 등 정규직과의 차별 해소다. 그런 점에서 정부 대책은 한계가 있다. 하지만 3개월 이상 퇴직금에 이직수당 지급 등은 이제까지 없던 진일보한 대책이다. 이 정도만 지켜져도 고용안정과 처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4년 연장방안도 직업 안정성이 없는 비정규직의 현실적 입장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근본 해결로 가는 과정의 '현실적 대안'으로 논의할 만한 가치가 있다. 노사 모두 탁상에 앉아 반대만 할 일이 아니다.
비정규직은 전체 임금 근로자의 32.4%(608만명)에 이른다. 비정규직이 늘어나면 노동시장은 양극화하고 소득분배구조가 악화해 사회통합을 해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노동시장의 왜곡된 이중 구조를 개혁해야 하는 이유다. 노사정 3자의 인식이 다른 만큼 대타협으로 가는 길은 매우 험난할 것이다. 정부뿐 아니라 노와 사도 대안을 내놓고 해법을 찾아 대타협을 이루기 바란다. 노동개혁은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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