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국내 오너 그룹들이 '어떤 것이 정말 발전적이고 옳은 규범과 관행이냐'를 세우는 데는 사실 조금 노력이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에요."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2015년 신년 인터뷰에서 최근 '땅콩 리턴' 사건으로 인해 고조된 반재벌 정서와 관련해 이처럼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다. 재벌가의 일원인 그가 자기 반성을 한 셈이다. 이는 최근 자기 반성에 인색한 정치권, 정부, 재계 등 사회 지도층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그러면서도 박 회장은 수감 중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에 대해서는 "(가석방을) 간곡하게 다시 한 번 생각해줬으면 하는 게 솔직한 바람"이라며 "다시 태어나는 기회를 줘야 한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SK는 첨단업종으로 아침저녁으로 바뀌는 업종인데 (최 회장이)그룹의 수장이고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수밖에 없는 위치"라며 "그렇게 내버려 두는 것은 앞으로의 미래를 고려할 때 이제는 조금 다시 생각을 해봐주셨으면 하는 게 간곡한 제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반재벌 정서를 회복하려면 어떤 노력들이 필요한가 라는 질문에 대해 "법만으로 사회가 선진화되지는 않았으니 규범과 관행이 바뀌어야 한다"며 "기업들이 압축성장 과정에서 많이 발전했지만 이제는 세계적 수준에 맞는 질적 성장, 규범과 관행을 정립해야 할 때다"고 말했다.
이어 "자수성가형 기업인을 얼마나 더 많이 만들어내느냐가 핵심으로, 그런 기업인이 많아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보니 '대기업=재벌 2ㆍ3세'로 일반화되는 거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자수성가형 기업인 육성 방안에 대해 "상속받는 쪽을 억누르지만 말고 자수성가할 사람을 지원하면 된다"며 "'삼성전자, 현대자동차가 너무 커서 걱정'이라고 하는데 그게 그 기업들 잘못은 아닌 만큼 20대 그룹 중 절반 정도가 자수성가형 기업이 될 수 있도록 시장 진입 규제를 과감히 없애야 한다"고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그는 규제 개혁 방안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강조했다. "사전 규제를 대폭 들어내야 한다. 진입 규제, 사전허가제 이런 것을 없애 진입을 자유롭게 해주고 사후에 그걸 평가해 지나친 일탈행위만 규제하면 된다. 일단 일을 벌일 수 있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는데 '나를 통과해 가라'는 분위기가 팽배해선 아무도 일을 벌일 수 없다." 이는 규제를 틀어쥐고 있는 정부와 정치권이 나서서 규제를 완화하거나 혁파해야한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박 회장은 "정부의 규제 개혁 의지가 있었고 지난 1년 동안 성과도 꽤 있었지만 솔직히 얘기해 규제개혁의 성과가 팍팍 나타나려면 정치권에서 협조해야 한다"며 "입법부에서 법을 바꾸지 않고 큰 규제나 개혁의 물꼬를 틀 수 있는 게 그렇게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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