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12조원대 M&A…제약 많아 고수익 올리기 어려울 듯
[아시아경제 백우진 기자] 중국 의료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기대되면서 국내외 투자가 밀려들고 있다. 이에 따라 이 분야 인수ㆍ합병(M&A)이 큰 폭 증가했다. 중국 의료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대 수익률이 낮아지고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중국 의료 분야 M&A 금액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113억달러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고 최근 뉴욕타임스(NYT)가 자본시장 조사회사 딜로직을 인용해 전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3% 증가한 규모다.
NYT는 지난 4월 중국 푸싱(復星)의약이 미국계 사모펀드 TPG캐피털과 함께 미국 의료회사 친덱스 인수한 사례를 들었다. 푸싱의약과 TPG는 친덱스를 4억6100만달러에 사들였고 선진 의료 이미지로 성공한 친덱스를 앞세워 중국에서 통합 가족 헬스케어 병원 체인을 운영할 계획이다. 친덱스가 베이징에 설립한 허무자(和睦家ㆍUnited Family Healthcare)병원은 베이징에 거주하는 외국인과 중국 상류층이 찾는 최고급 병원으로 자리잡았다.
NYT는 또 미국 피츠버그를 중심으로 한 의료사업자 UPMC와 하버드대학과 제휴한 메사추세츠의 제너럴 호스피털이 중국에 진출해 병원을 열거나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 의료지출 연 12% 증가 전망= 중국 경제 수준이 향상되고 노령화되면서 의료 서비스 수요가 증가하는 반면 국공립병원 중심인 중국 의료 서비스는 양과 질에서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이 격차를 좁히기 위한 민간 투자가 활발해지면서 그 일부가 M&A 증가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컨설팅회사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의 상하이 소재 중국 의료생명과학 부문 책임자인 마크 길브레이스는 “미개발된 시장이라는 점에서 자리 확보가 우선이라는 측면에서 이뤄진 M&A가 많다”고 분석했다. 그는 “의료와 무관했던 투자자들이 중국 인구와 노령화를 보고 관심을 갖게 됐다”고 전했다.
컨설팅회사 맥킨지는 중국 의료비용 지출 이 2011년 3500억달러에서 2020년 1조달러로 성장한다고 내다본다. 연간 약 12%의 속도로 빠르게 증가한다는 것이다. 의료기기 시장은 2012년 241억달러에서 2018년 404억달러로 연평균 9% 성장할 것으로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전망한다.
중국 정부가 민간 참여를 통해 의료시스템 개혁을 추진하고 있어, 의료시장에 대한 민간투자는 앞으로 더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는 낙후되고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는 데다 과잉진료와 부패에 얽힌 의료시스템을 개혁하기 위해 자국 자본의 병원 투자를 허용한 데 이어 지난 8월 외국자본에 대해서도 문호를 100% 열었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말 주요 도시에 외국자본이 단독으로 병원을 설립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전까지는 외국자본은 중국 기업과 합작하지 않으면 병원을 세우지 못했고 외국 지분은 70%까지만 허용됐다. 앞서 중국 국무원은 지난해 10월 국공립병원 개혁에 민간자본 참여를 개방했다.
NYT는 지난 8월 의료저널 란셋에 실린 글을 인용해 현재 중국 의료시장은 정부실패와 시장실패가 동시에 나타난 결과라는 분석을 전했다. 중국 정부는 의약품 가격인상을 15%까지만 허용한다. 그러자 의사들은 필요하지 않은 약을 처방하거나 값비싼 진단으로 매출을 올린다. 제약회사와 의료기기 회사는 자사 제품을 이용하는 병원과 의사에게 금전적인 혜택을 제공한다.
그 결과 2011년까지 의약품값이 중국 전체 의료비용의 43%나 차지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가에서는 이 비율이 평균 16%에 그친다.
중국에서는 지난해 10월 현재 국공립병원 1만3440개가 운영되고 이곳에서 의료 서비스의 약 90%가 제공된다고 국영 신화통신이 지난 4월 보도했다.
◆ 현지 의료계와 콴시 필요= 뉴욕 소재 해외관계자문위원회에서 글로벌 의료를 담당하는 선임 연구원 얀종 황은 “중국 의료 부문 투자에는 넘어야 할 관문이 많다”며 “대규모 자본이 필요하고 수익률은 상대적으로 낮다”고 조언했다. 그는 “게다가 중국의 의료보험 수가 시스템에 민간 병원이 어떻게 맞춰 나갈지도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외자병원은 국가 의료보험 적용이 어려워 의료비가 상대적으로 높다고 신영종 나우중의컨설팅 대표는 설명했다.
중국 의료산업 컨설팅회사인 나우중의컨설팅에 따르면 현재 중국에서 외자 의료기관 70여개가 운영 중이고 이 중 70%가 미국ㆍ홍콩계다. 의료기기를 생산하는 외국 기업은 모두 5920개사로 CT?MRI 등 고가 진단장비와 수술장비 시장은 외국 회사가 70%를 차지하고 있다고 나우중의컨설팅은 분석했다.
한국 병원은 지난해 말 현재 38개가 중국에 진출했다. 성형이 전체의 71%이고 직접 진출보다는 프랜차이즈 형태가 42%로 가장 많다. 의료법인 중 80% 이상이 연간 매출 10억원 미만이며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며 현지화에 성공한 곳은 없다고 나우중의컨설팅은 전했다.
신영종 대표는 “중국 당국이 최근 들어 성형과 미용을 위주로 하는 의료기관은 설립을 허가해주지 않는 경우도 보인다”며 “중국이 만성질환과 전염병 등 질병치료에 대한 투자를 필요로 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 대표는 또 “중국의 의과대학과 연구소 등과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연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우진 기자 cobalt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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