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1. 최근 성소수자 보호 조항이 포함된 서울시민인권헌장 반포 무산에 항의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은 서울시청사 1층 로비를 점거하고 한동안 농성을 벌였다. '인권변호사' 출신으로 소통과 참여를 강조해 온 박 시장의 취임 후 '우군'격이었던 시민사회단체들이 이렇게까지 서울시의 정책에 강력한 반발을 하고 나선 것은 처음이었다. 이후 박 시장의 사과를 받고 농성은 해산됐지만 후유증은 만만치 않다. 최근 한 토론회에서 농성 참가자는 "박 시장의 사과는 소통과 참여를 강조했던 박원순의 언어가 아니라 완연한 정치인의 언어, 양쪽 다 잃지 않겠다는 줄타기 과정에서 나온 언어였다"고 비판했다.
#2. 지난 20일 서울시의회는 내년 예산안을 처리하면서 서울역 고가도로 공중 공원화 사업 예산 118억원을 원안 그대로 통과시켰다. 소수당인 새누리당 의원들은 서울역 고가 공중 공원화 사업의 졸속 추진에 반대하며 퇴장해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끼리만 안건을 처리했다. 서울시는 산업화 유산의 문화ㆍ휴식 공간 재활용을 통해 관광객 유치 및 지역 상권 활성화 등을 꾀하겠다는 명분으로 주민 공청회를 개최하는 등 사업을 강행하고 있다. 하지만 남대문시장 상인ㆍ주민들은 고가도로 철거시 상권 위축이 가속화되고 주변 교통 대책이 마련돼 있지 않다며 반발하고 있다.
#3. 서울시가 대표적 한류 관광지인 남산에 곤돌라를 새로 설치하려고 하자 반발이 일고 있다. 사기업인 기존 남산케이블카 운영 업체 측의 기득권 지키기 차원의 반발은 그렇다 치더라도, 중복 투자에 따른 예산낭비, 관광객 급증에 따른 정상부 환경 파괴 등의 우려가 높다. 서울시 일각에선 사기업이 군사 독재 시절 얻은 면허증 하나로 52년째 사업을 독점하며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 남산케이블카의 운영권을 회수하거나 이윤을 환수하는 등의 대안 마련이 수백억원의 세금을 들여 곤돌라를 새로 만드는 것보다 효율적이라는 지적이 거세다.
'박원순 2기'가 출범 6개월를 넘기면서 '비상신호'가 요란하다. 최대의 장점이라던 '소통ㆍ참여'의 기치가 현저히 약화됐다. 인권변호사 출신임을 자부하는 박 시장이 성소수자 농성단에게 밝힌 사과문은 본인의 진정성에 대한 의심에 당황하고 참담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무엇보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자신들의 '우군'인 줄 알았던 박 시장에 대해 "정치인이 다 됐다"며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서울역 고가도로 공중 공원화 사업도 당초 철거가 예정됐던 도로를 '재활용'한다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박 시장의 전매특허인 '소통'ㆍ'참여'가 전제되지 않아 주민들의 강한 반발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남산 곤돌라 사업 역시 마찬가지다. 여론 수렴을 통한 소통ㆍ참여없이, 충분한 정책적 대안이 검토되지 않은 상황에서 밀어붙이기식으로 추진되고 있다.
도대체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지게 된 것일까? 지난 6.4 지방선거 때만 해도 '물 흐르는 것 같이' 자연스럽고 호평 일색이었던 박원순 1기 시정, 이에 비해 시끄럽기 짝이 없는 최근의 박원순 2기 시정은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보수세력의 딴지걸기ㆍ트집잡기, 공직사회의 복지부동, 진보세력의 지나친 기대감과 비현실적 주장 등의 탓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박원순표 사업' 욕심에 소통ㆍ참여의 시정을 펼치겠다는 초심이 흔들렸기 때문이 아닐까?
서울시민인권헌장 반포나 서울역 고가도로 공중 공원화 사업, 남산 곤돌라 설치 등 최근 시끄러운 사업들은 모두 '박원순표 사업'으로 대내외에 '치적'으로 홍보할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박 시장이 '초심에 집중하겠다'던 2기 출범 때의 다짐에 다시 집중하길 바란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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