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더 이상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에 감산을 통한 유가 하락 방어를 기대해서는 안 될 듯하다.
OPEC의 전략 초점이 유가 안정에서 원유 시장 점유율 확대 쪽으로 전환 중이라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OPEC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알리 빈 이브라힘 알나이미 석유부 장관은 석유전문지인 중동경제연구(MEES) 인터뷰에서 "OPEC은 유가가 20달러로 떨어지더라도 감산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며 "가격이 얼마가 됐던 간에 감산은 OPEC의 주요 관심사가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알나이미 장관은 "사우디가 감산에 나서면 유가는 상승하겠지만 러시아, 브라질, 미국 셰일 오일 업계가 사우디의 몫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면서 감산하지 않는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유가 100달러 시대는 다시 보기 힘들 것"이라면서 "사우디와 다른 걸프지역 산유국들은 원유 생산에 들어가는 비용이 배럴당 4~5달러 밖에 안 되기 때문에 상당기간 저유가 시대가 지속된다 하더라도 이를 잘 버텨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의 이와 같은 발언은 OPEC의 주요 전략이 기존 감산을 통한 유가 상향 안정에서 카르텔의 원유 시장 점유율 확보 쪽으로 바뀌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OPEC의 전략 변화를 직접적으로 드러낸 발언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와 동시에 저유가 시대가 상당히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음을 시사 한 것이며 캐나다 오일샌드, 미국 셰일, 브라질과 북극 심해 유전 등 생산 비용이 높은 비전통 원유 생산 지역의 시장 점유율 확대에 대해 대놓고 경고장을 날린 것이기도 하다.
알나이미 장관은 사우디 국영 알하야트 신문 인터뷰에서도 "계약사가 늘어 수요가 증가한다면 산유량을 늘일 준비가 됐다"면서 증산 가능성까지 언급하기도 했다.
FT는 이러한 분위기가 러시아, 베네수엘라 같은 주요 석유 수출국 경제에는 치명타를 날릴 수 있지만 전반적인 세계 경제 회복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이날 보고서를 통해 저유가 시대가 지속될 경우 세계 경제성장률은 2015년 0.7%포인트, 2016년 0.8%포인트 상승하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IMF는 특히 저유가로 경제성장의 가장 큰 수혜를 입는 국가로 중국을 지목했다. 중국은 유가하락으로 경제성장률이 2015년 0.7%포인트, 2016년 0.9%포인트 상승하는 효과를 볼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그동안 유가 급락에 침묵으로 일관했던 알나이미 장관의 말이 최근 부쩍 많아진 것은 유가 하락에 대해 해명에 나서야 한다는 언론과 사우디 내부의 압박이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날 국제유가는 알나이미 장관 발언 영향으로 뉴욕상품거래소에서 2월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이 전날 대비 배럴당 1.87달러(3.3%) 하락한 55.26달러에 마감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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