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4% 폭락하며 5년 만에 최저점을 찍었던 국제 유가가 어제는 1% 반등했다. 하지만 유가 하락세가 당분간 계속되리라는 전망에는 이견이 거의 없다. 추가 하락 폭에 대한 설왕설래만 있다. 국제 유가가 6개월 전에 비해 무려 40%가량 하락했지만 아직도 바닥이 아니라는 얘기다. 현재 배럴당 60달러대 중반인 국제 유가가 내년 상반기에 50달러대로 더 떨어진 뒤 시간을 두고 60~70달러대까지 반등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그러나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국제 유가의 바닥을 40달러대 초반으로 더 낮게 본다. 미국 에너지정보청은 어제 내년도 연평균 국제 유가 전망치를 70달러대에서 60달러대로 낮추었다.
이 같은 저유가 추세는 우리에게 기회와 위기의 양 측면을 갖는다. 가장 큰 기회 요소는 원유 수입에 들어가는 비용이 절감됨으로써 기업들의 생산원가가 낮아지는 것이다. 국제 유가가 떨어지기 전에 수입한 원유를 재고로 안고 있는 정유업계는 손실을 입겠지만 국내 산업을 전반적으로 보면 저유가의 혜택이 크다. 생산원가 하락은 수출에도 도움이 된다. 소비자들도 휘발유 등 석유류 구입비 부담이 줄어드는 혜택을 입는다. 그만큼 실질소득이 늘어나는 셈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국제 유가가 10% 하락하면 1년 후 수출은 1.19%, 소비는 0.68%, 국민총소득(GNI)은 0.41% 늘어난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내놓았다.
그러나 저유가의 위기 요소도 만만하게 볼 게 아니다. 가장 기본적인 위기 요소는 디플레이션 공포가 증폭되는 것이다. 대내적으로나 대외적으로나 그렇다. 국내에서는 물가상승률이 2년 넘게 1%대에 머물고 있는 가운데 기름 값이 떨어지면 아예 저물가가 고착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저물가 고착화는 경기회복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해외로 눈을 돌리면 미국과 산유국 간 석유시장 주도권 다툼과 더불어 세계적인 불황이 저유가 추세의 양대 원인이라는 사실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둘 다 우리에게 커다란 불확실성을 초래한다.
우리로서는 위기를 경계하면서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는 길 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원유 수입비용 절감이 내수 활성화로 연결되게 해야 한다. 그러려면 위축된 기업의 투자심리와 가계의 소비심리를 되살리는 방향의 재정ㆍ금융ㆍ통화정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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