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일제의 잔학성을 상징하는 세균전 부대인 '731부대'의 만행을 폭로했던 해당 부대 출신 노병들이 고령으로 모두 세상을 떠났다.
8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 헤이룽장 하얼빈시에 있는 '일본군 731부대 죄증 진열관'의 진청민 관장은 "올해 731부대 출신 증인 가운데 마지막 생존자가 숨졌다"고 밝혔다.
그는 "올해 세상을 뜬 마지막 증인은 731부대 근무 당시 해부를 당하는 사람의 몸을 소독하고 군의관의 해부 실험이 끝나면 시체를 거두는 임무를 수행했다"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학계는 1936년부터 1945년까지 731부대를 비롯한 일본군 세균전 부대가 인간을 통나무라는 뜻의 '마루타'라고 부르며 세균 실험의 도구로 사용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중국인, 조선인, 몽골인, 미국인, 소련인 등 1만 명 이상이 살해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진 관장은 지난 16년간 20여 차례에 걸쳐 일본으로 건너가 731부대 출신자들을 설득해 731부대의 진상을 파헤쳤다.
그는 "일제가 철저하게 '극비'로 했던 731부대의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양심적인 일본 단체와 연구자들의 도움을 받아 그동안 50여 명의 80~90대 노병들과 접촉했지만, 일제의 만행을 폭로하는데 참여한 이들은 절반인 20여 명에 불과했다"고 설명했다.
진 관장은 "당시 731부대장은 장병들에게 '부대의 비밀을 무덤까지 가져가라'고 요구했고 패망 후 일본으로 돌아간 731부대원들은 은거 생활에 들어가 수십 년이 지난 뒤 이들을 찾아 증언을 듣는 작업이 매우 어려웠다"고 소개했다.
일본군은 2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1945년 8월 당시 중국 동북지역에서 급히 철수하면서 증거를 없애기 위해 130채나 됐던 하얼빈 주둔 731부대 시설물 대부분을 폭파했다.
진 관장은 "상당수 731부대원은 처음에는 증언을 완강히 거부하다가 지병이나 노환으로 자신이 숨을 거두기 직전에야 진상을 털어놨다"며 "비록 731부대 출신자들은 모두 세상을 떴지만, 아직 일본에는 그들의 친척과 자녀가 있고 일기장과 같은 증거물이 다수 남아있다"고 말했다.
이어 "총 200여 시간 분량에 달하는 증언과 명백한 증거들을 앞에 놓고도 731부대의 만행을 '몇몇 미치광이 의사의 개인행위'로 덮으려는 일본 측 주장을 반박하는 증거를 계속 발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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