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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임대주택 임차권, 넘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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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기준 완화한 임대주택법 시행령 개정안 시행
임대사업자 동의만 얻으면 가능…부작용 우려도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서울 강서구의 한 민간임대주택에 살고 있는 김정대(가명)씨는 다니던 회사가 화성으로 이전하게 돼 집을 급히 처분하려 하지만 여의치 않았다. 인근에 도시형생활주택 공급 포화로 월세 시세가 뚝 떨어진 데다 장기계약을 꺼리는 세입자들이 많아서다. 사정을 얘기해도 집주인은 계약 기간이 1년여 남아 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에 김씨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1년만 거주할 단기 임차인을 구해 집주인 동의를 얻어 임차권 전대(轉貸·재임대) 계약을 체결, 35만원의 월세와 공과금 등을 절약할 수 있게 됐다. 김씨는 "집주인과 세입자 그리고 단기 거주를 원하는 또 다른 세입자가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제도"라고 평가했다.

#국내 최고급 민간임대아파트로 꼽히는 서울 한남동 '한남더힐'에 2011년부터 살고 있는 김형기(가명)씨는 분양전환 시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그러다 지난해 분양전환 시기가 도래했지만 감정평가 논란이 불거지면서 미뤄왔다. 이런 상황에서 추진하던 사업이 유동성 위기를 겪게 되자 매달 내는 300여만원의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려워진 김씨. 때마침 민간임대주택의 임차권 양도·전대 규정이 완화, 김씨는 지인의 소개로 전대 계약을 통해 해외 근무 기간 동안 임대료 부담을 털어낼 수 있게 됐다.


앞으로는 이처럼 민간임대주택 임차권의 양도·전대가 활발해질 전망이다. 현행 공공임대주택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받던 민간임대주택 임차권의 양도·전대 조건이 대폭 완화됐기 때문이다. 계약 기간 때문에 거주 이동이 자유롭지 못했던 임차인은 이를 통해 불필요한 비용 낭비를 막고, 다양한 형태의 임대주택 공급으로 임대차 시장 불안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정부 지원을 받지 않은 순수 민간임대주택 임차권의 양도·전대 기준을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임대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이 지난 11일부터 시행 중이라고 밝혔다. 민간건설임대주택과 민간매입임대주택의 경우 임대사업자의 동의만 있으면 임차권 양도·전대가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임차인에게 사정이 생긴 경우 임대차 계약 기간 범위 안에서는 제3자에게 임차권을 양도하거나 재임대를 놓고 그 이후 다시 입주하는 것까지 허용해주겠다는 얘기다. 국토부 관계자는 "전세난 해소를 위해 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방편의 하나로 순수한 민간임대주택에 대해서는 임차권 양도나 전대를 허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민주택기금 지원이 이뤄졌거나 공공택지에 들어선 '민간 공공건설임대주택'에는 까다로운 기준이 그대로 유지된다.


법령 개정 이전에는 민간임대주택도 정부 자금이 투입된 공공임대주택과 동일한 임차권 양도·전대 기준을 적용받았다. 공공임대주택은 정부 자금이 투입된 만큼 입주 기준 뿐 아니라 임차권 양도·전대 기준도 까다롭다. 근무·치료 등으로 40㎞ 이상 이사를 가거나, 상속·혼인에 따른 이사, 국외 이주 등의 경우로 한정했다. 이 때문에 순수 민간 자본으로 공급된 임대주택에 공공임대주택과 같은 임차권 양도·전대 기준을 적용하는 건 지나친 규제라는 지적을 받아 왔다.


그렇다고 모든 민간임대주택의 임차권 양도·전대가 허용되는 건 아니다. 공공주택 용지나 국민주택기금 등의 지원을 받지 않은 순수 민간임대주택에만 적용된다. 또 해당 주택의 집주인(사업자)이 임대사업자로 등록을 해야 한다. 전국 (등록)임대사업자가 9만2196명, 총 임대주택은 46만9510채로 사업자 1명당 5.3채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기대만큼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또 임차권 양도ㆍ전대 과정에서 분쟁이나 편법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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