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수출입은행의 여신건전성이 위협받고 있다. 수출입 관련 기업에 빌려줬다 부실화 된 대출채권 비율이 1년 9개월 만에 3배나 급증했다. 해운ㆍ건설 등 경기민감업종에 많은 여신을 집행한 영향이 크지만 최근 모뉴엘 대출사기에 수은 직원이 연루된 정황이 드러나 내부통제에도 허점이 크다는 지적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수출입은행의 부실채권비율(고정이하여신비율)은 2012년말 0.66%에서 올해 9월 1.82%로 1년 9개월 만에 3배 가까이 상승했다. 같은 기간 고정이하여신규모가 6000억원에서 1조8000억원으로 급증한 것이다. 특히 대손충당금 대비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489.4%에서 117.7%로 급감해 손실을 흡수할 능력도 악화되고 있다.
수출입은행의 여신건전성이 악화된 것은 경기침체로 대출 기업들의 경영환경이 악화된 영향이 가장 크다. 정책금융기관인 수은의 특성상 해운ㆍ플랜트ㆍ건설업 등 경기민감업종의 여신을 많이 취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올 9월말 현재 수출입은행의 고정이하여신은 64%가 선박, 13%가 건설ㆍ플랜트에 쏠려 있다.
하지만 사기대출을 일으킨 모뉴엘 사태를 통해 외부환경 뿐 아니라 대출을 해 준 기업에 대한 사후관리, 내부직원에 대한 내부통제에도 적지 않은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010년 투기등급인 'BB-'를 받은 모뉴엘에 담보 없이 오랜 기간 신용대출만 하면서 손실을 키웠고 2012년에는 히든챔피언으로 선정해 대출한도와 금리 혜택도 줬다. 특히 수출입은행 직원과 모뉴엘 사이에 억대의 자금이 오간 사실이 드러나면서 일부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 문제도 발견됐다. 더욱이 대부분이 무역보험공사의 보증도 없는 신용대출이라 손실타격은 더욱 클 전망이다. 수은이 모뉴엘에 대출해준 금액만 1135억원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올 9월에는 모뉴엘에 대출을 해 준 은행들의 부실채권 비율이 늘면서 전체 부실채권비율 상승을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경기침체로 인해 부실여신이 늘 수밖에 없는 환경이지만 이럴 때일수록 기업에 대한 사후관리나 내부통제를 강화해 일어나지 않아도 될 부실은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중소ㆍ중견기업에 대한 대출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에 따라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개선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며 "히든챔피언을 비롯해 이번에 문제가 된 부분들은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수출입은행의 중소ㆍ중견기업에 대한 대출 규모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10년 18조원에서 2012년 20조원, 2013년 23조원으로 늘었다. 올해는 중소ㆍ중견기업 지원자금으로 25조5000억원을 편성했으며 올 9월까지 21조원(82.3%)를 집행했다. 더욱이 지난해 말 수출입은행법 개정을 통해 업무분야에 중소ㆍ중견기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하는 내용을 추가하면서 대출증가세 역시 가속화할 전망이어서 대대적인 내부통제 강화안을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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