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깝고도 먼 나라'. 지난 4월 부임해 한국 생활을 시작한 나는 아직 한국에 대해 많은 것을 안다고 할 수 없다. 1983년 세이코 엡손에 입사한 후 31년간 미국 등에서 글로벌 영업과 마케팅을 맡아왔지만 사실 이번에 부임하기 전까지 한국은 가깝고도 먼 나라라는 인상이 짙었다. 그러나 올해 약 6개월 동안 살면서 느낀 점이 있다.
처음 한국에 방문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23년 전의 일이다. 당시 한국에서의 업무를 마무리하고 일본으로 돌아가기 위해 공항으로 향하고 있었는데, 내가 타고 있던 택시에서 낯선 사람이 갑자기 합석을 했다. 당시 몹시 당황했었던 일을 지금도 또렷하게 기억한다. 두 번째로 한국에 온 것은 2007년이었다. 두 번째 방문에서는 한국이 종전보다 경제적으로 큰 발전을 이뤄냈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그 이후에도 두 차례 정도 더 한국에 올 기회가 있었다. 그렇지만 짧은 일정이었기 때문에 한국의 문화를 접할 기회는 거의 없었다.
그 당시 일본에는 한류 열풍이 한창이었다. 나 역시 한국과 한국 문화를 좋아하는 아내 덕에 한국의 TV 드라마를 볼 기회가 잦았다. 그런데 당시 내가 봤던 드라마는 '공주의 남자' '해를 품은 달' '마의'와 같은 사극이었기 때문에 현재의 한국과는 사뭇 동떨어진 내용이었다. 그래서 나에게 한국은 가깝고도 먼 나라였다. 당시의 나는 내가 한국에 살게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 4월 한국의 수도 서울에 부임하게 돼 이곳에 살기 시작하면서 많은 느낌이 그때와 달라졌다. 처음 새로 느낀 것은 버스 노선이 굉장히 다양하고 운행하는 버스 역시 많다는 점이다. 사실 일본에서 내가 살았던 곳은 지방이라서 버스가 한 시간에 3대 정도밖에 운행하지 않았다. 그래서 한국의 복잡하고 다양한 버스 대중교통이 정말 놀라웠다.
더욱 감탄했던 것은 스마트폰에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해 버스의 운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역시 한국은 정보기술(IT) 선진국답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단신 부임이라 주말에는 혼자서 북한산에 등산을 가거나 서울 시내를 탐방하면서 한국생활을 즐기고 있는데, 이렇게 외출할 때에도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면 무엇 하나 불편한 점 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다.
6개월간 한국에서 지내면서 내가 가장 좋아하게 된 장소는 동대문과 광장시장 근처다. 이곳은 동대문디자인플라자와 같이 세련된 현대식 건축물이 있는 반면에 조금만 걸어가면 동대문시장이나 광장시장과 같이 한국 특유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장소도 있기 때문이다. 또 그 근처에 있는 세운상가에 가면 비슷해 보이는 상점들이 늘어서 있는 점도 흥미롭다. '최첨단과 옛 것이 잘 공존하고 있는 나라'. 이것이 지금 내가 생각하는 한국이다. 이제 한국은 나에게 친숙한 나라가 됐다.
한국의 경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한국은 국책상 대기업을 중심으로 수출주도형 경제발전을 이뤄온 나라이지만 앞으로는 중소기업이 저력을 발휘해 내수도 확대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소기업도 생산성을 높이고 경쟁력을 높여 나가야 한다.
내가 몸담고 있는 한국엡손은 사무실 프린터, 라벨 프린터, 상업용 대형 프린터와 프로젝터, 로봇 등 폭넓은 제품군을 취급하고 있다. 한국엡손의 제품군은 높은 정확성과 생산성이 큰 장점이기 때문에 대기업뿐만 아니라 한국 중소기업이 저력을 발휘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시부사와 야스오 한국엡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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