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판매실적은 협회 회원사만 계산
좋은 실적에 통계적 오류 문제로 떠올라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수입차야, 국산차야'. 르노삼성자동차가 판매중인 'QM3'의 정체성을 놓고 국내 완성차 업체와 수입차협회가 이견을 보이고 있다. 수입차 협회는 국산차로, 완성차 업체는 수입차로 분류해야 한다는 것이다.
양측이 이견을 보이는 것은 'QM3'를 수입차로 분류할 경우 국내 수입차 시장 점유율이 15%를 넘어서기 때문이다. 수입차 점유율이 15%를 넘는 것은 수입차 업체 입장에서는 국산차 업체나 국민들로부터 견제를 받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부담이지만 국내 업체로서는 애국심 마케팅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는 점에서 악재 속 호재가 될 수 있다.
'QM3'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스페인 르노그룹 공장에서 생산, 한국에 판매되는 수입자동차다. 과거에도 외국에서 생산, 국내에서 판매하는 차량이 있긴 했지만 'QM3'판매량이 크게 늘어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10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차의 'QM3'는 지난달까지 모두 1만1434대가 판매됐다. 해외공장에서 생산된 후 국내로 수입돼 팔린 단일차종 가운데 연간 1만대 판매를 넘어선 건 'QM3'가 처음이다. 기존에는 BMW의 520d가 8346대(2013년)로 1위였다. 이 차는 연말까지 1만5000대 가량 판매될 것으로 전망된다.
'QM3'가 이처럼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가격 대비 연비 등 성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또 현대자동차 등 국내 완성차업체들이 아직 내놓지 않고 있는 소형 SUV 모델이라는 것도 판매를 이끌었다.
문제는 이 차가 연간 판매 1만대를 돌파하면서 통계적 오류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QM3'는 수입차임에도 불구하고 수입차 판매실적에서 빠지고, 르노삼성 내수 판매량에 잡힌다. 지난 1월부터 10월말까지 수입차 국내 시장점유율은 14.2%지만 'QM3' 판매실적(1만1434대)을 수입차로 분류할 경우 수입차 내수 점유율은 15.2%로 1%포인트 증가한다. 외산차임에도 국산차로 집계되는 일종의 착시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같은 통계오류 및 착시는 한국수입자동차협회가 등록 회원사의 판매실적만 집계하기 때문에 일어난다. 한국수입차협회측은 "협회 회원사인 14개 회사의 판매실적만 집계하고 있다"며 "르노삼성차는 수입차협회가 아닌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원사"라고 설명했다.
완성차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에도 GM대우(현 한국GM)가 스테이츠맨이나 베리타스 같은 대형세단을 들여와 판매한 적이 있지만 판매 대수가 미미해 통계 오류가 발생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QM3'와 같이 연간 1만대 이상 판매될 경우 수입차 점유율에 오류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수입차협회 등 수입차업체들이 'QM3'의 판매실적이 수입차로 분류되는 것은 원치 않는 분위기도 일부 감지된다. 'QM3' 같은 비회원사 차량 판매실적이 수입차 통계로 잡힐 경우 수입차 전체 볼륨만 키워 국내 완성차업체들로부터 견제만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완성차업계에선 'QM3'의 통계적 오류를 바로 잡지 않을 경우 국내 완성차 산업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국내 인기모델인 중형 및 준대형급 모델이 'QM3'와 같은 방식으로 국내에 들어와 판매될 경우 국내 자동차산업이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GM은 현재 미국 GM으로부터 준대형급인 임팔라를 수입, 한국시장에 판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호근 대덕대 교수는 "국산차와 수입차가 시장점유율을 산정하는데 착시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며 "소비자측면에서 완성도 높은 수입차가 국내에 싸게 들어오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국내 자동차산업의 기술축적을 더디게 하는 문제가 발생, 장기적으로는 좋은 일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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