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고도정수처리시설 도입 완료 단계...막대한 예산 불구 음용률 제자리...'효율성' 논란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김재연 기자]서울시가 '냄새 없고 맛 좋은 수돗물 공급'을 목표로 각 상수도 정수장에 숯과 오존을 이용한 고도정수처리시설을 설치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시민들의 수돗물 음용률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어 막대한 예산 투입을 무색케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생색내기 예산낭비성 사업이 될 수 있다며 수돗물 음용률을 높이기 위해선 노후관로교환 등 실효성 있는 사업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시는 6일 오전 최근 고도정수처리시설 공사를 마친 후 12일 준공을 앞둔 암사아리수정수센터의 고도정수처리시설을 언론에 공개했다. 암사정수센터는 시 전체 급수인구의 33.5%에게 하루 110만t의 수돗물을 공급하는 국내 최대 정수장이다. 이번 고도정수처리시설 완공으로 강동 강남 서초 동작구 등 12개구 141개 동에 공급되는 수돗물이 일반 수돗물에서 흙ㆍ곰팡이 유발 물질과 소독 부산물을 오존ㆍ숯으로 걸러낸 수돗물로 바뀌게 됐다.
시는 고도정수처리 사업으로 인해 수돗물의 맛이 좋아져 시민들의 수돗물 선호도 증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실제 최근 영등포고도정수화처리시설에서 생산한 병물 아리수과 일반 시중 판매 샘물을 놓고 블라인드테스트를 한 결과 병물아리수가 압도적으로 맛이 좋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시의 이같은 고도정수처리 시설 도입은 최근 4대강 사업 등으로 강물에 급격히 늘어난 조류로 인해 발생하는 흙ㆍ곰팡이 냄새 때문에 2000년대 후반부터 시작됐다. 이미 2010년 영등포정수센터, 2012년 광암정수센터에 각각 고도정수처리시설을 완공해 가동 중이며, 올해 말 암사정수처리센터ㆍ구의정수처리센터에 이어 내년에 뚝도정수처리센터 등 모든 정수센터에 설치를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들어가는 예산은 1개 정수센터당 800여억원씩 총 5000억원 가량에 달한다.
하지만 일반 시민들과 전문가들의 평가는 다르다. 막대한 돈이 들어가면서도 시민들이 느끼는 수돗물의 질에는 별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 서울시민들의 수돗물 음용률은 50%대에서 좀처럼 높아지지 않고 있다. 음용률은 2011년 52.8%에서 2012년 54.8%로 개선됐다가 지난해 53.3%로 도리어 떨어졌다. 절반에 가까운 시민들이 여전히 수돗물을 마시고 있지 않는 셈이다. 수돗물 직접 음용률(조사대상 가운데 수돗물을 그대로 마시는 사람의 비율)도 5%대를 넘지 못하고 있다. 직접 음용률은 2011년 3.1%, 2012년 4.1%, 2013년 4.9%에 머물러 있다.
전문가들은 수돗물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정수시설보다 상수관에 집중돼 있다며 예산 낭비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최승일 고려대 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정수시설에 비해 땅속에 묻는 상수관에 대한 관리나 투자는 많이 부족하다"며 "국민들의 불신이 노후화된 상수관 시설에 집중된 만큼 정수시설 보강과 함께 녹이 슬거나 물이 새는 상수관에 대한 관리 대책도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김재연 기자 ukebid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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