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아파트 경매 1회차 낙찰 8.4%…2009년 이후 최대
경매 최저매각가격 100→80% 인하 추진 논란 재점화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경매 시장의 트렌드가 변하고 있다. 급매물과 가격 차이가 크지 않아 푸대접 받던 1회차 경매 물건(신건)의 낙찰 사례가 최근 들어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주택 시장 정상화를 위해 각종 규제를 없애고 있는 데다 기준금리까지 완화되면서 우량 물건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29일 법무부와 경매정보업체 부동산태인에 따르면 이달 수도권 아파트 경매물건(738건) 가운데 신건낙찰 비율은 8.4%를 기록했다. 지난 3분기 대비 2.2%포인트 오른 수치이며, 2009년 4분기(9.6%) 이후 최대치다. 신건낙찰비율은 지난 2분기 4.9%를 기록한 이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과거 경매 신건에 입찰을 하지 않는 건 불문율과도 같았다. 경매 입찰자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최저매각가격이 감정가격과 같은 1회차 경매는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이지 않은 상품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실제 2012년 4분기 신건낙찰 비율은 0.9%에 불과했다. 2013년 평균 신건낙찰 비율도 1.9%에 그쳤다.
아파트뿐 아니라 전체 경매 물건의 신건낙찰 비율도 지난해 평균 12.1%에서 이달 14.8%로 2.7%포인트 올랐다. 이처럼 경매 물건 선점을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며 수도권 아파트의 평균 낙찰가율도 2012년 74.2%에서 올해 84.8%로 10.6%포인트 급등했다. 물건 하나당 입찰하는 사람들도 7.8명으로 2년새 2명 이상 늘었다.
정대홍 부동산태인 팀장은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한 부동산 시장 정상화 대책을 지속 내놓고 있어 주택 시장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아파트의 경우 신건의 낙찰이 늘고 있을 뿐 아니라 2회 이상 유찰되는 사례가 급격히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경매 시장이 이 같은 모습을 보이면서 정부가 추진 중인 민사집행법 개정 작업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법무부는 지난해 10월 1회차 경매의 최저매각가격을 감정가의 100%에서 80%로 낮추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예컨대 감정가 10억원인 아파트 첫 경매의 최저가격을 8억원으로 하는 것이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지난 2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부동산 경매 최종 매각가는 감정평가액의 7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데 최저매각가격을 부동산 감정평가액으로 하고 있어 경매 절차 지연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법이 개정되면 경매 절차가 빨라져 채무자의 이자부담 증가 등을 완화할 수 있다는 게 법무부의 입장이다. 개정안은 현재 법사위에서 논의 중이다.
그러나 해당 법안 검토 결과 찬반이 뚜렷해 통과에는 난항이 예상된다. 강남일 법사위 전문위원은 검토보고에서 "매수신청이 부족해 유찰이 발생하는 문제 해결을 위해 최저매각가격이 적절히 하향될 필요성이 있으므로 개정안의 취지는 타당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법원이 정한 최저매각가격으로 압류채권자의 채권에 우선하는 부동산의 모든 부담과 절차비용을 변제하고 남는 게 없을 경우 매각절차가 취소될 수 있다"면서 "현행보다 최저매각가격이 20% 낮아지게 되면 경매 취소 증가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어 종합적으로 검토해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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