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하락으로 고객 유치는커녕 유지마저 어려워진 은행들이 고위험 파생상품 판매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8월과 이달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인하하면서 은행들의 이런 움직임이 더욱 강화됐다. 예ㆍ적금 금리가 1%대까지 낮아진 상황에서 고객들도 고금리를 미끼로 한 은행들의 파생상품 권유에 귀가 솔깃할 수밖에 없다.
은행들이 판매하는 고위험 파생상품 중 최근 가장 인기를 끄는 것은 주가연계신탁(ELT)과 주가연계펀드(ELF)다. 국민은행, 농협 등 7개 시중은행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이 두 상품을 모두 5조3200억원어치 판매했다. 누적 판매 잔액은 지난해 말 9조5146억원에서 지난달 말 14조8346억원으로 5조3200억원 늘어났다. 증가율이 56%나 된다.
이 두 상품은 증권회사들이 판매하는 주가연계증권(ELS)을 기초로 만든 파생상품이다. 우리나라와 중국, 미국, 유럽 등의 주가지수와 연계된 것이 많다. 이런 지수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지 않으면 대략 5% 이상의 금리가 보장된다고 은행들은 설명한다.
그러나 이런 파생상품은 기초 주가가 급락할 경우 수익은커녕 원금손실의 위험이 있다. 기초 주가를 비롯한 여러 가지 조건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지기도 하지만 그 산식을 제대로 알고 가입하는 고객은 별로 없다. 판매담당 은행원이 충분히 알아듣게 설명해주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은행원이 원금손실 위험을 알려주면서도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식의 덧말을 붙이기도 한다. 대부분의 고객은 은행원이 내미는 서류의 내용확인 및 서명 란에 기계적으로 서명ㆍ날인한다.
증권회사도 아닌 은행이 이런 식으로 파생상품 영업에 적극 나서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은행 고객은 원금손실 위험을 상대적으로 잘 인식하고 증권회사를 찾는 주식투자자와 다르다. 하루하루 먹고 살기 바빠 금융상품의 구조를 들여다볼 틈이 없는 서민 고객이 상대적으로 많다.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이후 통화옵션파생상품(키코) 파동을 비롯해 중소기업이나 서민들이 파생상품으로 큰 손실을 입은 경험이 여러 차례 있었다. 더 늦기 전에 금융감독 당국이 나서야 한다. 은행들이 상품구조와 손실위험성을 제대로 알리고 있는지, 고객의 투자 실적은 어땠는지 점검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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