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매출 손실이…'환율의 현기증'

올 3분기까지 매출손실 1조6000억원 상회 추산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원화강세로 인한 현대기아차의 올 3분기까지 매출 손실액이 전년대비 1조6000억원을 넘는 것으로 추산됐다. 환율이 떨어진 탓에 기아차는 3분기 차를 더 많이 팔고도 매출이 줄었다.

24일 기아차는 IFRS 연결기준 3분기 영업이익이 566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8.6% 줄었다고 발표했다. 매출액은 11조4148억원으로 전년 대비 1.9% 줄었으며, 당기순이익은 6574억원으로 같은 기간 27.2% 감소했다. 국내외 완성차 판매량은 71만1833대로 두 자릿수 이상 늘었다.

올 3분기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5%로 2012년 4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집계됐다. 기아차는 올해 들어서도 영업이익률이 6%대를 유지했으나 하반기 들어 파업으로 인한 국내 공장 가동률 감소 등 부정적 요인이 더해져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됐다.

앞서 전일 실적발표를 마친 현대차 역시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8%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는 2010년 4분기 이후 처음으로 분기별 영업이익률이 7%대를 기록했다.

실적이 부진한 가장 큰 요인은 환율이다. 올 상반기에 비해서는 다소 나아졌으나 여전히 원화강세가 이어지면서 수출채산성이 악화됐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이원희 현대차 재경본부장(사장)은 "올해 3분기 들어 환율이 1026원으로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임단협 과정에서 생산차질이 일부 발생해 실적이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에 따르면 원ㆍ달러 환율이 10원 떨어지면 국내 완성차업체의 매출은 4200억원 정도 줄어든다. 현대기아차가 국내 완성차 수출액의 80% 정도를 차지하며 올해 들어 3분기까지 평균환율이 66원 정도 떨어진 점을 감안하면 1조6000억원 정도의 손실이 초래된 것이다.

박한우 기아차 재경본부장은 "판매대수나 대당판매단가를 높이고 판관비도 줄였으나 역부족이었다"며 "수출이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사업구조상 평균 환율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6원 하락해 수익성이 낮아졌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4분기 이후에도 국내외 자동차시장에서 불확실성이 충분히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들어 원ㆍ달러 환율이 2분기보다 다소 오르긴 했으나 전반적으로 원화강세 기조가 고착화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주요 업체가 잇따라 신차를 출시하면서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점이나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도 부담이다.

이 사장은 "미국 등 선진시장은 금리인상으로 할부시장이 위축될 것으로 보이며 러시아는 지정학적 리스크로 산업수요가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