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개선·과거 위상 회복 위한 움직임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집은 국민 모두의 빛나는 인생을 담는 곳이기에, 국민주택기금이 힘을 더하고 있습니다."
최근 시작된 KB국민은행의 텔레비전 광고 문구다. 2006년부터 이 은행의 광모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피겨요정' 김연아의 목소리를 통해서다. KB국민은행의 주택기금 광고는 이례적이다. 현재 주택기금 수탁은행 6개 가운데 자사 광고를 통해 기금을 홍보하는 곳은 KB국민은행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지난해 주택기금 수탁은행으로 재지정되는 과정에서 광고를 하기로 국토교통부와 협의가 돼 있었다"면서 "이를 이행할 뿐 다른 의미는 없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은 2001년 한국주택은행과 통합된 이후 한 동안 주택기금 관련 업무를 중단했다. 2008년 기존계좌 관리업무만을 다시 시작했으며, 2013년 주택기금 수탁은행으로 재지정됐다.
주택기금은 주택종합계획을 실시하기 위한 자금을 확보·공급하는 목적으로 1981년 설치됐다. 국민주택채권, 청약저축, 융자금 회수 등을 통해 자금을 조성하고 국민주택을 건설하는 사업자와 개인수요자에게 지원한다. 우리은행이 총괄업무를 맡고 있으며, 농협·신한·하나·기업·국민은행 등이 일반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주택기금의 총액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105조원이며, 여유자금만 19조원에 이른다.
업계에선 KB국민은행의 주택기금 광고를 두고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주택기금의 역할을 확대·개편해 도시재생·재개발·재건축 등을 지원하고 대한주택보증을 전담기관으로 하는 '주택도시기금법'의 연내 통과가 확실시되고 있는 시점이어서다. 법개정으로 주택기금의 역할이 확대되면 주거약자를 위한 중간역할도 많아져 은행들의 업무도 늘어날 전망이다.
이 때문에 KB국민은행이 향후 주택기금 관련 업무에서 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5년 마다 바뀌는 총괄수탁은행으로 지정되면 사업자대출과 정부 주택 정책 지원 등 핵심적인 역할을 맡을 수 있다. 주택정책에서 중추적인 일을 해 온 KB국민은행의 과거 역할과 위상을 회복한다는 상징적 의미도 배제하기 어렵다.
또 주택기금 업무를 확대하면 자본 투입이나 위험 부담 없이 은행 이미지 개선에 도움이 되는 점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주택기금의 대표적인 상품은 근로자·서민전세자금대출, 저소득가구전세자금대출, 내집마련디딤돌대출, 수익·손익공유형모기지, 주거안정주택구입자금대출 등으로 주거약자들을 직접적으로 지원한다. 은행이 중간에서 '생색'을 낼 수 있는 구조인 것이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국민주택채권을 위조해 110억원 상당을 빼돌린 혐의로 전 직원 2명이 구속되고 7명이 불구속 입건되는 등 이미지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기도 하다. 이 사건은 일본 도쿄(東京)지점 부당대출 사건과 맞물리면서 금융당국으로부터 기관경고 조치와 함께 전·현직 임직원 68명이 제재를 받았다. 국토부는 주택기금 수탁업무를 3개월간 중단시키기도 했다.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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