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시행 전 강제적인 요금인하 정책과 마케팅 비용·설비투자 증가로 수익성 하락
정부정책 요금인하에서 단말기가격인하 유도로 바뀌어 이통사에는 호재
보조금도 기존 과도하게 경쟁하던 것에서 바뀌어 마케팅 비용도 줄어들 것
[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이동통신사들이 요금제를 개편하는 등 본격적인 '액션'에 들어갔다. 단통법의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것인지에 대한 귀추도 주목되고 있다. 단통법은 지난 1일 시행된 이후 끝없는 논란에 휩싸였다.
시장의 기대치에 못 미치는 보조금이 공시되면서 단말기 구매 비용이 비싸졌다는 인식은 확산되며 신규 스마트폰을 사는 소비자들이 급감했다. 고객이 절반 이상 줄어들고 중고폰 및 기기변경 소비자만 늘어난 유통점들은 불만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반면 마케팅 비용이 줄어들면서 이통사들의 수익은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며 여론은 싸늘하게 식어갔다. 그렇다면 단통법 시행 전과 이후의 이통사들의 수익을 낼 수 있는 영업환경이 얼마나 바뀐 것일까.
◆단통법 전…요금 인하·마케팅 비용 및 설비투자 증가= 단통법 시행 전 이통사들의 수익성 하락 이유는 크게 요금 인하, 마케팅 비용 및 설비투자 증가 등 세 가지로 요약된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이통사들의 요금 인하는 매년 단행됐다. 요금 인하는 기본요금 및 통화료 인하, 가입비 인하 등 다양하게 이뤄졌다. 2003~2013년 매출액은 연평균 3.9% 증가하는 데 그쳤으며 미디어, 금융, 부동산, 렌털 등 비통신 신규 사업을 제외한 순수 통신 매출액은 정체 상태였다.
마케팅 비용도 수익 하락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2004년 이동통신시장에 번호이동제가 도입되면서 마케팅 비용이 늘어났다. 번호이동 가입자 수가 늘어난 데다 기술 진화(2세대(2G), 3G, 4G 롱텀에볼루션(LTE))로 단말기 가격이 3~4배 오르면서 보조금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서비스 매출액 대비 마케팅 비용은 2003년 12.4%에서2009년 24.8%로 상승했다가 이후 20~22%로 낮아졌다. 하지만 2009년부터 보조금에 대한 규제를 피하기 위해 보조금 대신 요금을 추가로 할인한 점을 감안하면 실제 마케팅 비용은 꾸준히 늘었다고 한국증권은 분석했다.
설비투자도 수익에 부담 요인이었다. 매출액 대비 감가상각비 비율은 2004년부터 하락했으나 3G와 4G LTE 투자시기 차이가 적어 2012년 이후 상승 추세였다.
양종인 애널리스트는 "이전 정부의 강압적인 요금 인하 정책이 수익성 하락, 정보통신 산업 침체 등의 부작용을 초래했다"며 "신정부 통신정책은 알뜰폰 활성화와 단말기 가격 인하 유도등으로 이전 정부와 다르다"고 말했다.
◆단통법 이후 마케팅 비용 급감할 것= 한국투자증권은 단통법 시행이 이통사들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했다. 우선 보조금 지급 규모가 크게 줄어 마케팅 비용이 급감할 것으로 내다봤다.
양 애널리스트는 "보조금 한도가 27만원에서 최대 34만5000원(대리점 추가분 4만5,000원, 15% 포함)으로 27.8% 높아져 경쟁이 치열해지면 마케팅 비용이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지만 이는 현실과 원칙 즉, 보조금 평균과 보조금 한도 차이에서 나오는 오해"라고 설명했다.
이통사 평균 보조금은 지난해 20만3000원, 올 상반기 28만원이었으며 제조사 장려금(단말기 판매이익)을 더한 합산 평균 보조금은 34만8000원, 39만1000원으로 추정돼 기존 보조금 한도 27만원을 크게 상회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실제 지급한 평균 보조금 규모는 이전 보조금 한도는 물론 단통법상 최대 보조금 한도(34만5000원)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양 애널리스트는 "단통법 이전에는 평균 보조금 지급 규모가 한도를 넘어섰으나 단통법 제도에서는 평균 보조금이 한도 이하에서 제공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가입자당 매출액(ARPU) 증가로 2015년 통신업체 합산영업이익이 2014년 대비 99.1%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KT의 명예 퇴직금 1조527억원을 제외한 조정 영업이익과 비교해도 37.5%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ARPU이 전년 대비 3.9% 늘어나는 데다 마케팅비용이 2014년에 비해 5.9% 감소할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2015년 합산 영업이익 4조5927억원은 2010년보다 적고 영업이익률도 10.8%로 2011년 11.5%를 밑도는 수준일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영업이익률은 3년 전 수준을 회복하는 정도로 2003년 20.6%의 절반에 불과하다. 2015년의 높은 이익 증가율은 수익이 부진한 2014년에 대한 기저 효과에 기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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