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정권 정책지우기에 기업들 갈팡질팡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아직도 미소금융대출을 기업들이 열심히 하고 있다고요? 적당히 알아서 해야 되는 것 아닌가."
A기업 미소금융담당자는 최근 청와대 관계자로부터 이같은 말을 전달받았다. MB정부의 서민금융정책이었던 미소금융사업이니, 이제는 기업들이 구태여 미소금융대출을 일으키기 위해 열심히 알릴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B기업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B기업 관계자는 "몇 년 전만 해도 정부에서 가끔 미소기업 현황 등을 체크하곤 했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다"며 "이제는 서민금융 대신 창조경제 관련 사업에 투자해야 하는것 아니냐는 얘기를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연속성 없는 정부의 정책 때문에 기업들이 갈팡질팡하고 있다. 특히 MB정부의 대표적인 서민금융정책으로 꼽히는 미소금융이 그렇다. 미소금융은 제도권 금융으로부터 자금 조달이 어렵지만 성장 가능성이 높은 사회적기업을 발굴, 저금리로 대출해주는 것을 말한다. 국민들의 휴면예금으로 구성된 미소금융중앙재단과 대기업, 은행이 매년 출자해 설립한 기업 미소금융재단이 있다. 기업 중에는 삼성, 현대차, LG, SK, 포스코, 롯데 등과 은행권 등 11곳이 참가하고 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고 관심사가 달라지면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게 힘이 돼 줬던 기업의 미소금융이 애물단지가 되고 있다. 과거 MB정부의 핵심 사업에 대한 관심이 멀어졌기 때문이다. 현 정권을 의식한 탓인지(?) 기업과 은행 미소금융재단은 대출규모를 크게 줄였다.
11개 미소금융재단의 저소득층 대출금은 2012년 1884억원에서 지난해 1716억원으로 8.9%(168억원)나 감소했다. 하나미소금융재단이 2012년 85억원에서 지난해 41억원으로 51.9% 줄었다. KB(25.3%), LG(20.1%), 현대차(15.7%), 포스코(6.4%), IBK(1%), 삼성(0.2%) 등도 대출규모가 줄었다.
미소금융에 대한 관심이 멀어진 것은 대출실적 뿐 아니라 이를 총괄 관리하는 금융위원회를 봐도 알 수 있다. 금융위는 미소금융 출시 첫 해인 2009년부터 반기에 한 번 정도꼴로 추진현황을 밝혔으나 2012년 말을 끝으로 추진현황 자료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현장점검도 정권이 바뀐 뒤로는 거의 실시되지 않았다.
문제는 기업들이 매년 몇백억에 달하는 자금을 출연하기로 약속한 상태라는 점이다. 기업들은 2009년부터 2018년까지 매년 출연금을 내 재단을 운영하기로 했다. 재단도 설립했고 기업들이 이사장도 선출해 운영 중이지만, 정책이 달라질 수 있어 계속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한 기업 관계자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런 경우가 비일비재한데, 기업들이 좋은 일을 하기 위해 출연금까지 냈는데 사업이 지속되지 않는 것을 보면 상당히 아쉽다"며 "정권과 관계없이 서민금융 등 좋은 사업은 연속성을 갖고 이어졌으면 한다"고 전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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