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현실화 되면 경비원 노동환경·근무강도 악화 될 것"
[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최근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입주민의 인격 모독성 발언으로 경비원 이모(53)씨가 분신을 시도하는 사건이 일어나 우리 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이런 가운데 내년 최저임금 100% 적용을 앞두고 아파트 경비원들에 대한 계약변경ㆍ해고 등 '꼼수'가 나타나고 있어 격무에 치이는 경비노동자들의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
현행 최저임금법 시행령 3조에 따르면 아파트 경비원 등 감시(監視) 또는 단속적(斷續的)으로 근로에 종사하는 자에 대해서는 고용노동부 장관의 승인을 받은 사람의 한해 최저임금의 90%를 시간급 최저임금액으로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조항의 유예기간이 올해 12월31일로 종료됨에 따라 이제 경비노동자들에게도 최저임금의 100%를 보장해야 한다. 실질적으로는 경비노동자들이 10~20만원 상당의 임금상승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된 셈이다.
그러나 적잖은 아파트에서는 최저임금 100% 지급을 앞두고 계약변경ㆍ해고 등의 사태가 급증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노원노동복지센터 등에 따르면 1년을 단위로 계약하던 한 아파트에서는 5개월, 7개월짜리 근로계약서를 요구했다. 또 다른 아파트에서는 경비원 36명 중 5명을 '관리업체 변경'이라는 명목으로 사실상 해고했다.
다른 지역 역시 경비노동자의 고용형태(비정규직 비율 95.4%, 국가인권위 조사)나 아파트 관리비 구조가 다르지 않은 만큼, 전국적으로 유사사례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노동계의 설명이다. 안성식 노원노동복지센터 사무국장은 "현재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는 상황이기는 하지만 유예기간 종료가 임박한 다음달부터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벌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본다"며 "실제 최근에는 구조조정 문제를 두고 경비노동자들이 집단으로 상담을 오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구조조정이 현실화될 경우 주로 고령자들이 많이 취업하고 있는 아파트 경비직의 고용불안은 물론 그러잖아도 격무에 시달리던 경비노동자들의 업무량을 높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구조저정이 근무인력 감축으로 나타나면 자연스레 노동강도ㆍ시간 역시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감시ㆍ단속직 노인노동자 인권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아파트 경비노동자들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61.8시간이나 됐다. 구조조정으로 인력이 줄게되면 노동시간이 늘거나 근무강도가 더욱 높아질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윤지영 공익법무법인 '공감' 변호사는 "구조조정이 현실화되면 노동강도를 높이거나 무인경비시스템을 도입하는 등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 경우 남아 있는 이들에게 더 많은 지역의 관리를 요구하게 돼 관리의 질도 떨어질 뿐더러 노동환경 역시 크게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안 사무국장도 "일부 현장에서는 휴게시간을 늘리는 대신 고용을 보장해주겠다는 제안을 하고 있다"며 "그러나 일이 끊이지 않는 경비업무의 특성상 노동강도만 높일 공산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고용부는 대규모 구조조정 가능성을 낮게 본다면서도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고용부 근로개선정책과의 한 관계자는 "최저임금을 단계적으로 인상시켰기 때문에 내년부터 최저임금을 100% 지급 한다고 하더라도 파급효과는 비교적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 "다만 일자리 감소를 막기 위해 임금체계ㆍ근무체계 등을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방안 등을 고민 중이며, 10월 말까지 연구 용역 결과가 마련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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