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윤나영 기자]
"대한민국 최고의 금싸라기땅, 수익률 연 15% 보장"
"1억만 있으면 객실 3채 분양"
최근 제주도나 서울 도심 등지에 들어서고 있는 분양형 호텔의 광고 문구들이다. 모두 안정적인 고수익을 약속한다. 이 때문에 분양형 호텔은 노후 고수익 임대사업의 틈새시장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좀 다르다. 공급과잉으로 객실가동률이 급감하면서 투자자들의 피해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2년 전 제주도의 한 호텔 객실 2채를 분양받은 K씨는 시행사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 중이다. K씨는 연 11%의 수익률을 보장한다는 말에 모아둔 노후자금을 털어 객실을 분양받았다. 그러나 시행사 홍보문구처럼 고수익 보장되는 기간은 고작 2년이었다. 현재 K씨가 분양받은 객실의 가동률은 채 70%도 되지 않는다. 최근 2년 사이 제주도에 숙박시설이 대거 공급되면서 객실이 남아돌고 있어서다. 더 큰 문제는 보장 기간 중에 발생한 운영 손실분까지 K씨가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K씨는 소송결과가 뜻대로 나올지 전전긍긍하고 있다.
사실 대부분의 분양형 호텔이 내세우고 있는 '객실 분양가 10% 이상의 수익률'은 시행사가 분양 후 1~2년 동안만 보장하는 한정된 확정수익이다. 이 기간이 지나면 운영사와의 계약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진다. 그런데 호텔 영업이 부진하면 수익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런데다 분양형 호텔이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수익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입장 차이로 인해 법적인 분쟁이 발생한다.
지난해 운영을 시작한 서울 도심의 한 분양형 호텔 관계자는 "주변의 비슷한 호텔보다 먼저 시작하면서 분양 실적도 괜찮았고 1년 전만 해도 객실이 모자랐지만 올해는 성수기에도 객실이 남아돌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주변 한 호텔은 분양이 저조해 시행사가 호텔을 통째로 매각하는 절차를 진행 중"이라며 "현재 시행사가 직접 운영하는 우리 호텔의 경우 영업적자가 너무 늘어나 손해를 자산으로 메우면서 근근이 버티고 있다"고 털어놨다.
안민석 FR인베스트먼트 연구원은 "연 10% 이상의 수익률을 제시하는 분양형 호텔이 대부분이지만 객실 레버리지를 감안하면 8% 정도에 그친다"며 "이마저도 대부분이 객실 가동률을 80% 이상, 최대 95% 정도를 가정해 최대치를 표기한 것이므로 객실 가동률이 예상치를 밑돌 수 있다는 점과 등기비용 및 취득세ㆍ보유세 등 제세 공과금은 투자자 부담이라는 점도 감안해서 봐야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일부 시행사가 '확정 수익 보장제'를 내걸기도 한다. 하지만 계약 당시 확정 수익 지급 보증서나 수익률 확정 보장제 확약서 등을 발급받았다 하더라도 이행 보증 장치나 담보물이 없다는 점에서 지급을 확신할 수는 없다.
김은경 삼성증권 투자컨설팅팀 부동산 전문위원은 "시행사나 임대 관리 회사가 약속을 이행하지 않을 때 투자자로서는 소송 외에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며 "신탁사 역시 자금만 관리하기 때문에 수익금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나영 기자 dailybes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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