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우리은행에 대한 민영화 작업이 내일(30일) 매각 공고와 함께 본격화된다. 2010년 이후 네번째 시도다. 정부는 '이번 만큼은 꼭 마무리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나타내고 있지만, 시장에선 '주인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적 시각이 적지 않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30일 예금보험공사가 보유중인 우리은행 지분 56.97% 가운데 경영권 행사가 가능한 '지분 30%'에 대한 매각공고를 낸다. 나머지 26.97%는 소수 지분 투자자를 대상으로 쪼개 팔 계획이며, 입찰공고 예정일은 다음달 하순경이다. 두 입찰 모두 마감시한은 11월28일이다.
소수지분 매각 공고가 한 달여 늦어진 까닭은 이를 인수하는 투자자에게 부여하기로 한 콜 옵션(정해진 가격에 지분을 추가 매수할 수 있는 권리)의 구체적 조건이 아직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자위는 매각 공고일 전까지 콜 옵션 부여 조건을 확정할 방침이다.
우리은행 민영화의 성공 여부는 경영권이 부여된 '지분 30%'를 매각할 수 있느냐다. 우선 일반 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되는 만큼 두 곳 이상이 입찰에 참여해 '유효 경쟁'이 성사돼야 한다. 그러나 현재까지 뚜렷한 인수 의사를 밝힌 곳은 교보생명이 유일하다. 이마저도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우리은행)너무 비싸면 안 살 수도 있다"고 선을 그은 상태다.
교보생명 외 인수 후보군으로 신한금융지주, KB금융지주, 한국투자금융지주, 미래에셋, 새마을금고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풍부한 대형 금융지주사들은 미온적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상품 가치가 떨어진다는 판단에서다. 모 금융지주사의 고위 임원은 "(우리은행)부실화된 기업 대출을 상당 부분 떠안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몸집을 부풀리려다 되레 기존 시장까지 잃을 수 있다"며 경계했다.
일부 금융권에선 소매금융에 특화된 KB금융이 기업금융에 강점을 지닌 우리은행 인수로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그러나 최근 'KB 사태'로 지주사 회장과 은행장이 모두 공석인 데다, LIG손해보험 인수에 전념하고 있어 입찰 참여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인수합병(M&A)의 다크호스로 꼽히는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도 거론되고 있지만 지난 2011년 3차 매각 때 단독으로 응찰했다가 무산된 이후 의욕이 급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마을금고는 입찰에 참여하더라도 정부의 최종 승인을 받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에 사실상 인수 의욕을 접은 것으로 전해졌다.
공자위는 국내 뿐 아니라 해외 투자자들도 끌어들이기 위해 다음달 해외에서 우리은행 기업설명회(IR)를 개최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도 회의적 시각이 많은 상황에서 사모펀드를 제외하고 어느 글로벌 금융사가 우리은행에 관심을 보일지 미지수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정부는 유찰이 될 경우 복수 입찰자가 나올 때까지 '지분 30%' 부분만 다시 팔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유찰이 거듭될 경우 매각 작업이 또 다시 장기간 표류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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