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김근철 특파원]미국 뉴욕증시가 25일(현지시간) 폭락세를 보였다. 최근 2개월 만에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 다우 종합지수는 264.26포인트(1.54%)나 떨어졌다. 1만7000선까지 내주며 1만6945.80으로 물러섰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역시 1.62% 하락했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1.94%나 떨어진 4466.75로 밀리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뉴욕 증시에 직격탄은 러시아에서 날아왔다. 한 러시아의 집권 여당소속 의원은 자국 기업의 재산이 해외에서 부당하게 압류될 경우 이를 보호하기 위해 러시아 내 외국기업들의 자산도 압류할 수 있는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이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싸고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러시아 기업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측근들에 대한 자산동결 등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서방이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를 본격화하면 러시아 내 외국기업들의 자산도 압류하는 등 맞대응에 나서겠다는 푸틴 대통령의 의중이 실렸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서방과 러시아 사이의 ‘경제 보복 전쟁’이 발발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월가에서는 이날 증시부진이 러시아발 악재 때문만은 아니라는 시각이 많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장 마감 이후 “여러 가지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했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실제로 이날 애플도 증시의 발목을 잡았다. 신제품 출시 이후 승승장구하다가 품질 논란 등이 불거지면서 이날에만 3.81%나 곤두박질쳤다. 이 여파로 다른 기술주들도 줄줄이 떨어졌고 이는 2% 가까운 나스닥의 하락으로 이어졌다.
마켓워치는 이날 하락을 두고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 인상과 최근 소형주의 두드러진 부진, 달러화 강세등 다양한 진단이 쏟아지고 있다고 전했다.이 매체는 최근 불안한 시장 분위기 속에서 러시아발 뉴스가 촉매제 역할을 했다는 데 비중을 실었다.
일부에선 때마침 유태인들의 신년 명절 휴일이 겹쳐 거래량이 크게 줄었고 기관투자자들은 아직 대량 매도포지션을 취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이날 상황을 ‘찻잔 속의 태풍’으로 보기도 한다. 단기간 반등할 것이란 진단이다.
해석은 분분하지만 미국 증시 주변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실제로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 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가 이날 19.8%나 오르며 15.09를 기록했다.
뉴욕=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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