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무리수에 현장 혼란만 가중…전교조, 여야 대표에 공식 면담 요청
[아시아경제 이윤주 기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법외 노조' 통보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이면서, 교단에 복직하지 않은 전교조 전임자에 대해 '행정대집행'까지 강행했던 교육부의 모든 조치가 중단됐다. 이번 판결로 교육부는 법원의 최종 판단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지 않고 행정조치를 밀어붙여 교육현장에 혼란을 가져왔다는 비판에 직면한 반면, 법적 지위를 회복한 전교조는 교원노조법 개정과 관련해 여야 대표에게 공식 면담을 요청하는 등 교육부와 전교조 간의 갈등이 완전히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전교조는 22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판결로) "전교조 법외노조 강행은 법대로 전교조를 법 밖으로 내몬 것이 아니라, 전교조를 법 밖으로 내몰고 싶어서 법을 제멋대로 해석한 결과"임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애초 전교조 법외노조 논란의 시작은 '해직교사를 노조원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인데, 사실상 9명의 해직교사 때문에 6만명의 조합원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서는 법조계에서도 '무리수'라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노조의 설립 취지 자체가 '자주성 보장'에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해직자 몇명에게 조합원 자격을 줬다는 이유로 노조의 자주성이 침해된다고 보는 것은 법을 지나치게 형식적으로 해석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전교조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회는 전교조 법외노조화에 따른 교육계의 갈등과 혼란을 수수방관한 채 입법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며 "구직자, 퇴직교사, 예비교사, 기간제 교사, 해직교사의 단결권을 원천적으로 부정하는 교원노조법 2조 개정에 즉각 착수하라"고 촉구했다.
지난 6월 '전교조는 합법적인 노조가 아니다'라는 서울행정법원의 1심 판결 후 ▲전임자 78명의 교단 복귀 ▲조합비 원천징수 중단 ▲사무실 임대지원 중단 등 후속조치를 빠르게 밀어붙이던 교육부는 이번 판결로 입장이 궁색하게 됐다. 판결 이틀 전인 17일 교육부는 강원·울산·경남교육청에 대해 학교로 복귀하지 않은 전교조 전임자들을 직권면직시키는 행정대집행을 예고한 상태였다. 하병수 전교조 대변인은 "교육부는 기왕의 근무 중인 전임자의 임기를 보장해야 한다는 법조계 의견과 법원의 확정 판결을 기다리자는 교육감의 의견을 무시하고, 불법 건축물 철거 등에 적용되는 행정대집행을 전교조 교사 징계로 활용하는 것은 초법적 조치라고 비판해도 귀를 막았다"고 말했다. 이번 판결로 교육부는 법원의 최종 판단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는 점을 감안하지 않고 행정조치를 강행해 교육현장에 혼란을 가져왔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게 됐다. 예컨대 교육부의 복귀 명령으로 학교 현장으로 돌아간 전교조 전임자들이 다시 노조 활동을 벌이기 위해 조합으로 되돌아가면 해당 학교는 학기 중 교사가 두 차례 이상 바뀌는 상황이 벌어진다.
한편 전임자 복귀 문제로 골머리를 앓던 각 시도교육청은 이번 판결로 한시름 놓게 됐다. '진보 교육감'들은 1심 판결 직전, 탄원서를 제출하면서까지 전교조를 교육현장의 실체적 파트너로 인정해야 한다고 호소한 바 있다.
서울고법이 교원노조법 2조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함에 따라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날 때까지 본안 선고도 미뤄지므로, 2심 판결은 내년에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전교조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대위원장에게 공식적인 면담을 요청함에 따라 '교원노조법' 개정 논의에 불이 붙을지도 주목된다.
이윤주 기자 sayyunj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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