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기까지 323명 수료, 93%인 300명 호텔에 취업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 애니메이션을 전공해 한때 대학에서 강의도 했던 김모(43)씨. 사정으로 오랜기간 실직한 후 여기저기 이력서를 냈으나 받아주는 곳이 없자 자포자기 심정으로 중구일자리플러스센터를 찾았다. 별 도움을 받지 못할 거라는 생각과 달리 담당자의 친절한 응대와 조언으로 호텔객실관리사 과정을 수강했다. 메이드 분야의 개척자였던 강사의 따뜻한 격려로 조직 속에서 일을 빠르고 정확하게 하는 방법을 배우고 익혔다.
중구 반얀트리호텔에 취업하고서는 단순히 정리와 청소하는 일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쾌적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기쁨을 나누고 있다는 생각을 갖고 열심히 일하고 있다.
김모(52)씨는 어릴 때 꿈이었던 호텔리어 대신 음식점에서 오랜 시간 매니저로 일해 안정된 생활을 보냈다. 시간이 흘러 호텔리어가 되기엔 너무 늦은 50대가 되었지만 호텔 취업에 대한 꿈을 버리지 않았다. 그때 룸메이드는 정년이 없다는 얘기를 듣고 길가 현수막에서 본 명동주민센터 호텔객실관리사 과정에 등록했다.
교육 수료후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 취직했다. 일이 힘들기는 했지만 같은 교육동기들이 있어 견딜 수 있었다. 특히, 과정에서 침대정리법 등을 배워 업무 적응이 훨씬 수월했다.
서울 중구(구청장 최창식)가 전국에서 유일하게 운영하는 호텔객실관리사 과정이 경력단절 여성들의 재취업 프로그램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창업호텔과 협약을 맺고 구민을 우선채용하는 중구만의 민간 일자리창출 방안에 따라 호텔이 필요로 하는 맞춤형 교육을 시켜 취업시키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해 8월부터 시작해 올 8월말까지 9기에 걸쳐 323명이 교육을 마쳤는데 이 가운데 93%인 300명이 이미 호텔에 취업했다. 가족들의 병간호 등으로 잠시 미룬 사람들을 포함하면 100% 전원 취업한 셈이다.
6기까지는 명동자치회관에서 열었으나 7기부터는 신당동 중구여성플라자에서 진행하고 있다. 현재 9월1일부터 9월29일까지 10기 과정이 열리고 있다.
수강대상은 57세 미만 여성들이며, 수강료는 무료다. 중구민이 아니어도 교육을 받을 수 있다.
프로그램은 월, 수, 목요일 주 3회 9시간씩 4주에(12회 총 36시간) 걸쳐 진행된다. 호텔 기본 이론 및 실무에 필요한 기본적인 영어와 일본어를 학습하고, 룸메이드의 주된 역할인 침대 정리하는 법(Bed Making)을 집중적으로 배운다.
강사는 30년 넘게 프레지던트호텔 룸메이드와 코엑스인터컨티넨탈 슈퍼바이저 등을 역임한 정옥경(61)씨가 맡고 있다. 본인의 노하우를 친언니처럼 재미있고 알차게 전해줘 짧은 강의시간이지만 수료식때 가족같은 분위기로 교육생들이 감사의 마음과 눈물을 짓기도 했다.
교육 후 중구일자리플러스센터 주선으로 바로 면접을 보고 롯데호텔이나 조선호텔 등 중구의 기존 호텔이나 창업호텔에 취업한다.
룸메이드는 주5일 하루 8시간 근무에 출퇴근 시간이 명확하고 작업환경도 좋아 경력 단절 여성들에게 적합한 일자리로 각광받고 있다.
중구가 룸메이드를 양성하고 있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다른 구에 있는 호텔에서도 수료생들을 채용하겠다는 전화가 중구일자리플러스센터에 빗발치고 있다. 특히 과정 수강 자격을 전국민으로 확대했더니 중구민은 물론 다른 구 주민들의 문의도 폭발적이다.
심지어 한 40세 남성이 왜 여자들만 대상으로 하느냐며 지난 해 11월말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한 경우도 있다.
최창식 구청장은 “경력이 단절된 중장년 여성들이 교육을 통해 호텔에 취업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박종일 기자 dre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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