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수경 기자]'가족'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그래서 너무나 가깝게 느껴지는 단어다. 하지만 늘 곁에 있기에 종종 그 거대한 소중함을 잊고 살기도 한다. '두근두근 내 인생'은 공기처럼 머무르는 가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만드는 영화다. 추석 연휴, 부모와 함께 관람을 추천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영화는 열일곱의 나이에 자식을 낳은 어린 부모의 이야기를 그린다. 그런데 이 아들은 조금 특별하다. 조로증을 앓고 있어 신체 나이가 여든 살, 아빠보다도 훨씬 늙어버렸다.
아이는 열여섯의 나이에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죽음을 준비하고 있다. 부모는 병원비를 대기 위해 소같이 일하지만, 아들 앞에선 늘 쾌활한 모습을 잃지 않는다.
'두근두근 내 인생'은 전형적인 가족영화의 흐름을 따르지 않기 위해 애쓴 구석이 곳곳에 엿보인다. 독특한 편집을 통해 영상의 단조로움을 탈피했고, 억지 눈물을 짜내는 신파극으로 치우치지도 않았다. 그러나 가슴을 저릿하게 만드는 감동적인 순간이 기습적으로 찾아온다.
이 작품의 또 하나의 강점은 '건강한 웃음'이다. 유쾌하고 발랄한 캐릭터들은 관객들을 자연스레 미소 짓게 만든다. 강한 욕설도 서슴지 않는, 대책없는 17세 송혜교와 짧은 앞머리가 귀여운 철없는 고등학생 강동원의 모습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두 사람은 세월의 흐름을 거스르는 듯한 동안 외모를 뽐내지만, 이후 엄마·아빠를 연기할 때는 삼십대에 접어든 연륜 있는 모습도 함께 보여준다. 이들은 한 작품 안에서 16년을 단숨에 뛰어넘으며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과시한다. 그간의 연기 내공이 무색하지 않게 깊고 섬세해진 감정 표현이 관객들의 몰입을 돕는다.
아역배우 조성목 역시 안정감 있는 연기로 제몫을 다했다. 매번 촬영 때마다 긴 시간 특수분장을 견뎌낸 그는 성숙하면서도 깨끗한 영혼을 가진 조로증 소년 아름이를 완벽하게 표현했다.
눈물샘을 강하게 자극하는 강동원과 김갑수의 부자(父子) 연기도 빼놓을 수 없다. 뒤에서 묵묵하게 챙겨주는 김갑수와 아들을 위해 무엇이든 하는 든든한 가장 강동원의 애틋한 부성애가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한편 '두근두근 내 인생'은 지난 8일 전국 541개 상영관에 19만 7883명의 관객을 불러 모았으며, 누적 관객 수 100만을 향해 가고 있다.
유수경 기자 uu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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