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지방銀, 금융사기 막는 '이상거래탐지시스템' 도입 늑장
안정적 고객기반 믿고 수도권·해외 진출에만 힘 쏟아
[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 수도권과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일부 지방은행들이 고객들의 금융사기 피해를 막기 위한 노력에는 소홀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최근 몇년간 금융사기범죄가 기승을 부리면서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은 은행권의 우선과제로 떠올랐다. 하지만 대부분 도입을 마친 시중은행과 달리 지방은행은 아직 '도입 검토 중'인 경우가 많아, 매년 눈에 띄는 순익 성장과 점포 확장을 실현하면서도 정작 고객 보호에는 늑장을 부리는 것 아니냐는 눈총을 받고 있는 것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부산·전북·대구·경남은행 등 지방은행 4곳 중 일부는 아직 FDS 구축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북은행과 대구은행은 FDS구축에 대해 '검토 중'이라는 답변을 내놨다. 업체 선정 여부나 세부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FDS구축은 업체선정부터 완성단계까지 최소 4개월이 소요되는 작업으로 아직까지 업체 선정을 하지 못한 은행은 연말내로 시스템 구축하기가 어렵다. 한 지방은행 IT기획 담당자는 "솔루션 업체에서 완성된 패키지 제품을 도입하느냐 수작업으로 폭넓게 진행하느냐에 따라 기간의 차이는 있지만 최소 4∼5개월은 걸린다"고 설명했다.
부산은행은 지난 2월 FDS를 완성해 현재 사용 중이다. 지난해 10월부터 구축을 시작해 기본 모니터링 시스템에 살을 붙여 4개월간 작업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경남은행은 현재 업체 선정을 완료한 단계로 연말까지 구축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경남은행 관계자는 "부산은행과 한 지주아래 있지만 인터넷·모바일 뱅킹 등 시스템이 별개로 있어 FDS로 별도로 구축해야 한다"며 "패키지 시스템 도입으로 오는 12월까지 최종 단계를 마무리 지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최근 몇년간 보이스피싱·파밍 등 금융사기범죄가 급증하자 보험·카드업계에서 사용 중이던 FDS를 은행권에도 도입할 것을 권고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7월 은행권에 FDS구축을 권고한 데 이어 금융위원회도 지난 6월 IT부문에 대한 의무 강화를 요구했다.
이 때문에 올초까지 10%에 불과했던 은행권 FDS구축율은 올 연말이 되면 대폭 상승할 걸로 보인다. 인터넷, 모바일 뱅킹 사용량이 늘어나고, 대포통장을 이용한 사기도 빈번해 지면서 은행권에서도 FDS 도입 필요성이 인지한 것이다.
하나은행의 경우 외환은행과 함께 이달안에 FDS구축을 완료할 예정이다. 현재 소프트웨어상 완성도를 높이는 작업을 진행해 다양한 사기 패턴, 리얼패턴을 입력해 정탐률을 높이고 있다. FDS를 이미 갖추고 있는 신한과 KB국민은행은 이상거래를 탐지하는 데 정확도를 높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지금껏 알려진 범죄 패턴을 입력하고 장기미사용자에는 추가적인 본인인증을 요청하는 작업도 병행된다.
금융권에서는 지방은행이 계열사와 순익 증가, 수도권 및 해외 진출 등으로 덩치를 키워가고 있는 만큼 위상에 걸맞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방은행들은 자산운용사 등 계열사를 늘리는 동시에 해외진출도 활발히 하고 있어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이는 것으로 평가된다"며 "하지만 안정적인 지역기반에 의지해 고객보호에는 소홀한 모습을 보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