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넘어 소송하면 3년안에 죽어"라고 하기도
[아시아경제 박준용 기자]#"여자가 맞을 짓을 했으니 맞았지."
한 가사사건의 담당판사가 재판정에서 A씨에게 한 말이다. 하지만 이 '막말'을 한 판사는 아무런 징계도 받지 않았다.
판사가 법정에서 적절치 못한 말을 해 사건 당사자에게 수치심을 주는 경우에도 사법당국의 징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누리당 이한성 의원실이 대법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판사의 부적절한 법정 언행에 대해 사건 당사자가 진정을 제기한 경우는 총 67건이었다. 제기 건수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2009년 11건, 2010년 7건, 2011년 18건, 2012년 13건이었고 지난해 18건이었다. 그러나 징계가 이뤄진 것은 이 중 2건에 불과했고 그나마 서면경고 등 경징계에 그쳤다.
법정에서 '모욕감'을 느꼈다는 민원도 늘고 있다. 2009년 435건이었던 재판 관련 불만은 지난해 1230건으로 2.8배 증가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716건이 접수됐다. 민원을 제기한 이들은 판사로부터 "형편이 어려운데 왜 재판을 하냐"거나 "법원에서 소송구조까지 받는 주제에"라는 식의 '막말'을 들었다고 신고했다. 지난 2012년 대전지법에서 재판을 받던 B씨는 상대방과 합의하라는 판사의 권유를 뿌리치자 "70이 넘어서 소송하는 사람은 3년을 못 넘기고 죽는다"는 모욕적인 말을 듣기도 했다.
이혼소송에서 판사가 원고인 남편에게 "집에 다른 여자를 데리고 들어가 부인 보는 앞에서 나쁜 짓을 하면 이혼할 수 있다"고 하거나 어린 딸아이가 개에 물린 민사사건에서 "애도 잘못이 있네, 왜 개한테 물려"라고 말한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이들 판사 모두 징계를 받지 않았다.
이한성 의원은 "법정에서 판사는 신분보장이 돼 있기에 권위를 유지해야 하지만 부적절한 언행이 있어선 안된다. 판사의 부적절한 발언에 대한 징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막말 판사'가 근절되지 않는 것"이라며 "대법원과 협의해서 구체적인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박준용 기자 juneyo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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