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가 5%로…안전·복지 양념만 쳤다
당초 최대한 확장적 예산 편성 예고…기대에 못 미쳐
[아시아경제 이윤재 기자, 전슬기 기자] 정부와 여당이 2일 내년도 예산을 올해(355조8000억원)보다 5% 초반대에서 증액하기로 함에 따라 18조~19조원의 예산이 늘어날 전망이다. 늘어난 예산은 대부분 보건복지와 안전 부문에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예산 계획은 최대한 확장적인 예산 편성을 예고했던 당초 기획재정부의 방침에는 다소 부족한 규모다.
◆복지예산 비중 30% 넘는다= 올해 29.9%였던 복지 예산 비중은 내년 사상 처음으로 30% 선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당정은 우선 이날 협의를 통해 65세 이상 노인은 독감 예방 무료 접종, 경로당에 냉·난방비 지원 등 복지 부문 재정 지원을 늘리는 데 합의했다. 올해 12조원 수준이었던 안전 예산도 16% 이상 늘어난다. 당정은 내년도 안전부문 예산을 14조원으로 대폭 확대하고, 주요 안전 취약 시설물에 대해서는 올해 예비비를 활용해 전면적인 안전 점검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교육분야의 예산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정은 대학생의 부담 절감을 위해 반값등록금 완성을 목표로 내년 예산을 올해보다 2000억원 늘어난 3조9000억원으로 정했고,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전세·임대를 내년 3000호씩 공급하기로 했다.
당정은 관세화를 통한 쌀 시장 개방을 앞두고 농어촌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농업 예산도 늘린다는 방침이다. 올해 농업예산은 18조7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000억원 가령 줄어든 바 있다.
이날 논의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사회간접자본(SOC)에 투입되는 예산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올해 SOC 예산을 23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25조원에 비해 1조3000억원 낮춰 잡았다. 그러나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한 이후 건설 경기를 살리겠다고 약속했고, 이를 통한 경제활성화를 이루겠다고 공언한 만큼 올해 줄었던 SOC 예산도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5%가 '최대한 확장'?= 당초 기재부는 내년도 예산을 올해 예산에 비해 10% 가까이 올린다는 방침을 세웠었다. 최 부총리가 취임 이후 처음 발표한 '새 경제팀의 경제정책방향'에서 '41조+α'의 재정·금융 정책 패키지를 내놓으면서 올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는 대신 내년도 예산을 최대한 확장적으로 편성하겠다고 밝혔다. 우리 경제의 회복속도가 둔화되고, 4%대의 경제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재정의 투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이 같은 계획을 내놓은 것이다. 이와 함께 올해 세제개편안을 내놓으면서 경제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대거 포함시켰다.
이날 당정이 합의한 예산 증가율은 정부가 그간에 내놓았던 경제 정책의 기조와는 다소 거리감이 있다. 재정건전성을 감안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최대한 확장적이라고 평가하기에는 부족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2013~2017년 중기 재정지출계획에서 제시한 연평균 증액률 3.5% 보다는 높은 수준이지만 확실한 경제활성화를 위해 충분한 재정투입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불가피하다. 무엇보다 최경환 경제팀의 재정정책에 기대감을 가졌던 시장에서 경제주체들이 실망감을 느낄 경우, 심리 회복을 강조해온 정부로서는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정부 각 부처가 기재부에 제출한 예산요구액보다도 적은 규모다. 정부 각 부처는 지난 6월 기재부에 복지분야 117조원을 포함해 내년도 예산을 총 377조원 규모로 편성해 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세종=이윤재 기자 gal-run@asiae.co.kr
전슬기 기자 sgj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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