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예전이나 지금이나 가을철에는 사람들이 책을 잘 읽지 않는다. '독서의 계절'이란 말도 책 읽는 사람이 적어 만들어졌다. 가을이 닥치면 출판계는 그야말로 혹한기다. 따라서 주요 기획 및 마케팅도 가을 이후로 다 미룬다."
가을만 닥치면 우리 문화시장은 몸살을 앓는다. 그 몸살은 두가지다. 하나는 "독서의 계절, 책을 읽자"는 아우성이고, 다른 하나는 '노벨문학상'을 향한 짝사랑이다. 출판계와 독서운동진영은 가을철마다 각종 북마켓, 북 페스티벌 등을 벌이며 국민들의 책 읽기를 독려한다. 그러나 언감생심, 국민들은 꿈쩍도 않는다. 즉 국민들은 노벨문학상 수상을 목 빼기 기다리면서도 저변에서는 '독서 기피'라는 이율배반에 빠져 있는 셈이다.
2일 2013년 온라인 인터넷서점 '예스24' 도서 판매 추이를 살펴 보면 월별 비중은 아동참고서 등을 포함, ▲ 1월 9.8% ▲ 2월 8.3% ▲ 3월 10.4% ▲ 4월 7.8% ▲ 5월 7.3% ▲ 6월 6.6% ▲ 7월 9.4% ▲ 8월 8.5% ▲ 9월 7.6% ▲ `10월 7.4% ▲ 11월 7.1% ▲ 12월 9.8%를 차지하고 있다. 즉 가을에 해당하는 9, 10, 11월에는 월별 순위가 8, 9, 11위로 하위권을 차지한다. 다른 계절에 비해 평균치 이하다. 문학류 등 인문학서적은 다른 시기보다 더 안 필린다는게 출판계의 설명이다.
이에 올해는 정부가 나섰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공공기관, 지자체, 출판·독서계, 교육계, 도서관계, 학계, 시민사회 및 독서진흥 단체, 작가, 예술인등을 모두 동원해 대대적인 독서를 독려하고 있다. 이에 전국 각지에서 9월 한달 동안 6500여 건의 독서문화 행사가 열린다. 그 중에서 ‘2014 대한민국 독서대전’은 올해 처음 열리는 행사로 26∼28일까지 군포시 전역에서 펼쳐진다. 이같은 관변 마케팅이 얼마나 먹힐 지는 미지수다.
이번 '9월, 독서의 달' 행사는 예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대규모를 자랑한다.프로그램도 각양각색이다. 독서대전 외에 인문독서 아카데미, 길위의 인문학, 독서문화상 시상, 책 읽는 지자체 선포, 전국 책읽는도시협의회 발족, 독서경영 우수 기업 인증, 시 낭송과 클래식 음악이 어우러진 책드림콘서트, 단편소설 연극, ‘책, 세상을 열다, 공감포럼’, ‘독서문화진흥 대토론회’, ‘전국 독서동아리 한마당’, ‘도서관과 장르문학 심포지엄’ 등이 진행된다.
출판계도 장터를 열고 손님끌기에 요란하다. 독서대전 기간 동안 국내 100여 개의 출판사가 참여하는 알뜰 책장터(북마켓), ‘한국소설 1575전’, ‘아시아 100대 스토리전’, ‘책 기록과 만나다’ 등 전시와 체험 프로그램 부스도 300여 개나 운영된다. 그야말로 구색은 다 갖췄다. 만물상처럼 있는 것, 없는 것 다 끌어 모아 큰 잔치판을 벌이는 형국이다.
가을마다 '독서의 계절'을 운위하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날씨가 선선해져 많은 이들이 독서에 열중할 것이라고 여겨지지만 가을은 출판계로서는 무척 곤혹스런 계절이다. 책 찾는 이들이 줄어 판매량이 급격히 떨어진다. 그러나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나 한국출판문화진흥원도 제대로 된 통계조차 하나 갖고 있지 않다. 문체부는 2년마다 연간 기준으로 국민 독서량 추이를 조사하기는 하나 월별, 계절별 통계는 내지 않는다. 따라서 기초적이며 분석적인 데이터도 시장 분석도 없이 장사판을 벌이는 꼴이다. 출판계는 가을철에 책을 읽지 않은 이유로 각종 여행, 모임, 관광, 축제 등이 집중된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이에 가을철, 출판계의 경영난도 극에 달한다. 도서 출판 '미래인'의 황인석 편집장은 "이미 오래전부터 봄, 가을은 출판계 비수기이며 겨울 방학철과 신년초가 출판 성수기"라며 "가을철은 책 판매량이 가장 적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시기에는 오히려 관광, 위락 중심으로 놀이에 심취해 책 읽기를 기피한다"고 덧붙였다.
작년 출판문화진흥원 조사 결과 국내 성인인구의 한 달 평균 독서량은 한 권(0.9권)에도 못 미친다. 한국인의 독서량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꼴찌, 유엔(UN) 191개 가입국 중 161위다.
김산환 도서출판 '꿈의지도' 대표는 "국민들의 독서 함양을 위해서는 입시 위주의 교육 풍토 등 수많은 사회문제 개선에서 출발한다"며 "국민들의 자발적인 독서 운동을 기반으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독서운동진영 및 작은 도서관에 대한 지원 등을 실질적으로 펼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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