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호의 술이술이 마술이⑫ 스텔라 아르투아
[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 맥주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나라이자 가장 많은 맥주를 생산하는 나라, 800가지에 달하는 맥주 종류가 있는 나라, 각 맥주마다 독특한 맛과 향을 자랑하는 나라, 맥주마다 고유의 전용잔과 음용법을 가지고 있는 나라는 어딜까. 바로 '벨기에'다.
중세시대의 수도원에서 시작된 벨기에 맥주는 대부분 최소 4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또한 맥주 순수령이 있던 독일과 달리 원료에 대한 규제가 없었기 때문에 맥주를 생산할 때 미생물을 더하기도 하고, 약초와 허브, 과일 등을 사용해 맛을 내고 계절맥주도 만드는 등 획기적인 시도가 가능했다. 덕분에 라거, 에일, 밀맥주 등 다양한 종류의 맥주가 발달할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스텔라 아르투아는 전세계 80여 개 국가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벨기에 맥주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스텔라 아르투아는 1366년 벨기에의 도시 루뱅(Leuven)의 덴 혼(Den Hoorn) 양조장에서 시작됐다. 1708년 세바스티안 아르투아(Sebastian Artois)가 양조장의 사장이 되면서 자신의 성인 아르투아(Artois)와 라틴어로 별을 뜻하는 스텔라(Stella)를 합쳐 지금의 스텔라 아르투아라는 이름을 만들었다. 스텔라의 화려한 로고 속에 새겨진 나팔은 최초의 양조장 이름인 덴 혼(Den Hoorn)을 상징하며, 1366은 스텔라 양조장이 시작된 년도로 즉 스텔라 아르투아의 기원을 나타낸다.
19세기 초 아르투아는 연간 8만hl(80만 상자, 1상자=500㎖*20병)을 생산하면서 가장 큰 양조장이 됐고 1926년에 크리스마스를 겨냥해 출시된 스페셜 홀리데이 맥주 스텔라가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1930년에는 유럽 국가에 처음 수출하면서 국제적으로 주목 받기 시작하며 600년 전통을 자랑하는 프리미엄 라거 맥주다. 버드와이저, 코로나 등과 함께 전 세계 프리미엄 4대 맥주로 손꼽히고 있으며 칸 영화제의 공식 맥주로도 잘 알려져 있다.
600년 이상의 양조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장인 정신을 가지고 있는 스텔라 아르투아는 정교한 사즈(Saaz) 홉 아로마를 함유하고 있어 부드러우면서도 쌉쌀한 맛과 함께 미묘한 파인애플 향을 선사한다. 또한 풍성한 거품은 스텔라 특유의 탄산과 향을 오랫동안 음미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지난해 9월 출시돼 이태원, 가로수길, 강남역, 홍대 등의 맥주 전문점을 중심으로 판매되고 있는 스텔라 드래프트(스텔라 생맥주)는 특유의 맛과 향에 부드럽고 신선한 거품이 더해져 뛰어난 목 넘김과 깔끔한 끝 맛으로 마무리돼 남녀 모두에게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스텔라 아르투와의 전용잔인 성배 모양의 챌리스는 스텔라 아르투아의 맛을 풍부하게 하고 거품이 잘 가라앉지 않도록 특별히 제작됐다. 챌리스는 위쪽으로 좁아지는 모양으로 이산화탄소 거품을 모아주어 단단하고 오래 지속될 수 있게 맥주가 산화되는 것을 막아준다. 잔 아래 부분은 맥주를 따를 때 굴곡을 일으켜 맥주와 거품이 이상적인 비율로 맞춰줄 수 있도록 이산화탄소를 생성시켜준다. 별 모양의 손잡이를 잡고 마시면 맥주를 오랫동안 차갑게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챌리스에 스텔라를 따를 때는 최상의 상태를 느낄 수 있도록 개발된 9단계의 음용법을 따라야 한다. 차갑게 보관된 챌리스에 탭의 첫 번째와 마지막은 공기와 닿은 맥주가 산화되어 맛이 변질되지 않도록 빠른 속도로 흘려버린다. 그런 다음 챌리스를 45도로 기울여 맥주를 따르다가 똑바로 낮게 들어 따른 후 탭에서 떨어지는 마지막 드롭을 피해 재빨리 잔을 옮기고 폼 커터를 45도 각도로 뉘어 거품을 정리한다. 이 때 잔 위로 솟은 큰 거품은 터지기 쉽고 다른 거품까지 날아가게 하므로 반드시 없앤다. 거친 거품을 제거하고 솜처럼 부드러운 거품이 3cm 정도 생성되게 따른 후 전용잔 외부에 묻은 맥주를 씻어내고 드립 캐쳐를 꽂아 내면 최상의 스텔라를 즐길 수 있다.
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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