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장현 기자] 금감원이 KB금융 내부의 소송전에 끼어들 지 않겠다고 밝혔다. KB금융 제재를 두고 최수현 금감원장이 장고를 거듭하는 가운데 국민은행이 주전산기 교체와 관련된 임원 3명을 검찰에 고발한 것과 선을 긋는 모양새다.
29일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금감원이 KB수뇌부를 경징계한 후 고발할 것이라는 추측에 대해 “KB금융 내부의 소송전에 금감원까지 끼어들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앞서 26일 국민은행은 KB금융지주 최고정보책임자(CIO)인 김재열 전무와 문윤호 KB금융지주 IT기획부장, 국민은행 IT본부장인 조근철 상무 등 3명을 업무방해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고 조근철 상무는 은행장 직권으로 해임했다.
금감원이 KB 경영진 수사를 사정당국에 요청할 것이라는 논란이 불거진 것은 최수현 금감원장이 사내·외 변호사 등을 통해 KB금융의 주전산기 교체 관련 제재심의 결정의 법적 타당성 검토하면서부터다. 그러나 이 경우 금감원의 감독능력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라 가능성이 희박했고 금감원 고위 관계자도 이와는 선을 그었다.
금감원은 앞서 28일 KB국민은행의 국민주택채권 횡령과 동경지점 부당대출에 대한 제재를 확정 발표했다. 은행은 중징계인 ‘기관경고’를 받았고 6명 면직 등 68명의 임직원이 징계를 받았다. 그러나 주전산 문제는 유보해 최 원장이 중대결심을 앞두고 고심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금감원이 제재심 내용을 분리 확정하는 것도, 이렇게 오래 결정이 미뤄지는 것도 제재심 역사 이래 처음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수현 원장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곤 당초 생각지도 못했지만 결정이 길어지면서 그럴 가능성도 있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제재가 확정된 두 건의 경우 제재심의위원 간 만장일치로 이견이 없었고, 특히 동경지점 건은 일본 금융청과의 일정 조율로 우선 확정한 것일 뿐 주전산 건과 분리한 다른 이유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일본 금융청은 같은 날 국민은행 동경지점과 오사카지점에 4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일본 감독당국과 발표 일정을 맞추면서 자연스레 가장 오래 끌어온 주전산 관련 제재심 결과 검토는 미뤄졌다는 말이다.
최 금감원장은 지난 28일까지도 주전산 관련 제재심 결과를 실무부서로부터 보고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세춘 금감원 부원장보는 “KB금융의 제재심은 6번의 장시간 회의로 절대적인 분량이 다른 제재심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면서 “실무부서에서 밤을 새며 일을 하고 있지만 속기록도 다 검토하지 못한 상황이라 내용까지 분석해 징계를 확정 지을려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밝혔다. 최 금감원장이 지난 25일 월요일 간부회의에서 “빠른 시일 내 제재심 결과가 보고되면 다각적으로 고민해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겠다”고 한 지 나흘이 지나서까지 금감원장은 보고를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금감원이 KB금융에 대한 갑작스럽고 대대적인 제재결과 브리핑을 한 것에 대해 KB금융에 불리한 여론을 조성해 중징계를 위한 사전 포석을 둔 것이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박세춘 부원장보는 이에 대해 “대형 금융사고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정도가 심하고 국민적 관심도 높아 구체적 내용을 자세히 설명하기 위한 것이지 브리핑과 주전산 건 양형 결정은 별개”라고 해명했다.
이장현 기자 insid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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