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연례 연방준비제도 심포지엄은 시장의 예상과 달리 비둘기파적 분위기가 지배했다.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 총재들이 앞으로 상당기간 기존 초저금리나 통화완화 정책기조를 유지할 뜻을 직간접으로 밝혔기 때문이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최근 실업률이라는 지표 하나가 떨어진 것만 보고 고용시장이 개선됐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구직단념자와 시간제노동자가 늘어나면서 현재의 실업률 수치를 낮추고 미래의 실업률 수치를 끌어올릴 가능성까지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옐런 의장은 물가가 예상보다 빨리 상승하면 기준금리 인상을 앞당길 수 있다는 원론적인 발언도 잊지 않았다. 그러나 고용시장 상황에 초점을 둔 그의 발언은 조기 금리인상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10월로 예정된 양적완화 종료 이후 최소한 1년 안에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아졌다.
미국 연준이 이처럼 양적완화 출구전략 속도를 늦추는 상황에서 유럽과 일본의 중앙은행은 양적완화 의지를 보다 분명히 밝혔다. 아직 양적완화에 착수하지 않은 유럽중앙은행(ECB)의 마리오 드라기 총재는 "가라앉는 유로존 경제를 부양시키기 위해 자산매입에 나설 준비가 돼있다"고 말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도 국민의 디플레이션 심리가 아직 극복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하며 양적완화 규모를 추가로 확대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번 잭슨홀 미팅에서 드러난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들의 완화기조 통화정책 노선은 한국은행에 추가 기준금리 인하 등 통화완화의 여지를 넓혀준 것으로 평가된다. 대내외 금리차 축소에 따른 국제자금 유출입과 환율 급변 우려를 덜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지난 14일에 1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기대만큼 경기활성화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지적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게다가 물가상승률은 26개월 연속 한은의 안정목표치(2.5~3.5%)를 밑돌고 있다. 이 역시 추가 기준금리 인하의 필요성을 말해준다. 한은도 성장률의 잠재치와 실제치 간 격차만 보지 말고 고용상황도 면밀히 점검해 적정금리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판단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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