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이장현 기자] 2개월 넘게 끌어오던 KB금융그룹의 임영록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에 대한 징계가 모두 경징계로 감경 확정됐다. KB내분의 두 당사자들은 자리를 보전하게 됐지만 지주와 은행간 불협화음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엄정 제재'를 공언했던 감독 당국의 위상은 크게 흔들리게 됐다.
금융감독원은 21일 오후 2시 반에 시작해 22일 오전 1시까지 마라톤 제재심의위원회를 연 끝에 이 행장과 임 회장에게 경징계에 해당하는 '주의적 경고'를 각각 내렸다. 이는 당초 두 사람에게 사전 통보된 중징계 보다 수위가 낮아진 것으로, 지난 6월 26일 제재심의위원회가 첫 회의를 개최한 지 두 달여 만의 결론이다.
제재심은 이들을 포함해 주 전산기 교체와 도쿄지점 부실 대출, 국민주택채권 위조 관련자 등 총 87명에 대한 제재를 의결했다.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에 대해서는 원안대로 '기관경고'의 조치를 했다.
제재심은 임 회장이 은행 전산시스템 교체 문제와 관련해 이를 제대로 감독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전산시스템 교체는 은행 이사회와 경영진간 갈등으로 지주 회장이 개입하는데 한계가 있었다는 일부 소명을 받아들여 징계를 낮췄다. 국민카드 고객정보 유출과 관련된 임 회장에 대한 제재는 추가검사를 거쳐 9월 이후 징계 수위를 결정하기로 했다.
이 행장에 대해서는 전산시스템 교체 문제와 관련해 내부 통제를 잘못한 책임이 있지만 이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고 금감원에 검사를 요청한 점 등을 고려해 경징계했다. 도쿄지점 부실 대출 문제에 대해서는 실무자가 저지른 부당 대출의 책임을 리스크 부행장이었던 이 행장에게 지우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경징계 결정했다.
규정상 제재심의 제재 수위는 금감원장의 결재를 거쳐 최종 확정되지만, 그동안 결과가 바뀐 전례가 없는 점으로 비춰 볼 때 이번 징계가 사실상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사 임원에 대한 제재 수위는 해임권고, 직무정지, 문책경고, 주의적경고, 주의 등 5단계로 나뉘는데, 이 중 중징계로 분류되는 문책경고 이상의 징계를 받을 경우 현직에서 물러나는 것이 관례다.
그러나 KB사태의 핵심 당사자인 임 회장과 이 행장 모두 이번 경징계 결정으로 사퇴 압박에서는 벗어날 수 있게 됐다. 다만 그동안 갈등을 보였던 두 수장이 그룹 내에서 어떻게 화합할 수 있을지는 숙제로 남았다.
특히 금감원은 무리한 제재로 혼란을 자초했다는 '책임론'에 휩싸일 전망이다. 당초 제재 권한을 남용해 무리한 징계를 시도했다는 비판과 함께 2개월이 넘는 장기 징계 논의로 금융사 경영에 차질을 초래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이장현 기자 insid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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