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계륜·김재윤·신학용·박상은 의원 출석…구인영장 집행하고 방탄국회 비난 높자 입장 선회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철도·해운비리와 입법로비에 연루돼 구속영장이 청구된 현역 국회의원 5명이 21일 모두 구속전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자진출석하거나 출석 의사를 밝혔다. 의원들은 당초 심문일정 연기를 요청하며 불출석 하겠다고 했지만, 검찰이 구인영장 집행에 나서자 입장을 바꿨다.
현역의원 5명에 대해 구인을 시도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지만, 임시국회 일정을 눈 앞에 두고 있던 검찰은 마지막 압박카드를 꺼냈고 결국 의원들은 모두 법정에 섰다.
법원은 의원들에 대한 구속여부를 이날 중으로 결정할 방침이다.
◆ '구인영장 집행' 긴박했던 여의도 = 입법로비 혐의를 받는 새정치민주연합 김재윤(49), 신학용(62), 신계륜(60) 의원은 이날 오후 2시와 4시, 5시 45분께 각각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했다. 불법 정치자금 혐의 등을 받는 새누리당 박상은 의원(65)도 오후 5시 53분께 인천지방법원에 나와 심문을 받고 있다. 철도비리에 연루된 조현룡 의원(69)은 오후 8시에 출석할 예정이다.
김재윤 의원은 영장심사에 앞서 혐의를 부인하면서 "처음부터 영장실질심사에 성실히 임하려 했고 그 마음에 변함이 없다"면서 "예상보다 빨리 검찰이 영장을 청구해 준비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이날 현역의원 4명에 대한 구인영장 집행에 나선 서울중앙지검은 오전 6시부터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과 의원 자택 등에 수사관들을 보냈다. 구인영장 집행에는 사건을 담당하는 특수부 소속 검사 3명과 수사관 40명이 동원됐다.
특히 조현룡 의원이 사용하던 차명폰까지 끄고 잠적하자 조 의원 추적에만 수사관 10명이 투입됐다. 조 의원은 당초 오전 9시 30분 가장 먼저 영장심사를 받기로 돼 있었지만 오후 3시가 지나서야 출석하겠다는 의사를 통보했다.
검찰 관계자들이 오전 9시 30분부터 국회 의원회관으로 들어가 구인영장 집행을 시도하자 의원실 관계자들은 문을 잠그고 버티는 등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검찰은 유일하게 의원회관 내에 있던 신학용 의원을 구인하려 했지만 신 의원이 당초 영장실질심사가 예정된 오후 4시에 자진 출석하겠다고 하자 강제구인 방침을 철회했다.
전날 꾸려진 '야당탄압저지대책위원회' 조정식 위원장은 "기일연기를 신청했다는 이유만으로 검찰이 사상 유례없는 강제구인에 들어갔고, 압수수색 영장도 없이 의원회관 CCTV 분석까지 했다"며 "공정성과 형평성을 잃은 검찰의 야당 의원 망신주기 수사를 규탄한다"고 성토했다.
◆ 檢 압박·방탄국회 비난 부담됐나 = 의원들은 검찰의 압박과 함께 '방탄국회' 뒤에 숨으려 한다는 비판여론이 높아지자 결국 이날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는 것으로 입장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 또 신학용 의원이 이날 오전 자진출석 의사를 밝힘에 따라 나머지 의원들도 '버티기'에 상당한 부담감을 느꼈을 것으로 풀이된다.
법원은 지난 20일 비리혐의를 받는 의원들에 대해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함에 따라 이들에 대한 심문기일을 21일로 정하고 구인영장을 발부했다. 22일부터 임시국회가 소집돼 불체포특권이 적용됨에 따라 의원들이 이날 나오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검찰은 이날까지 의원들의 신병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사실상 연말까지 국회의 동의없이는 영장심사를 진행할 수 없게 되는 난감한 상황이었다. 심문기일이 정해진 후 검찰은 '선출된 입법자인만큼 의원들이 영장실질심사에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며 의원들을 압박하기도 했다.
검찰은 이날 오전 의원들로부터 불출석 의사를 확인한 즉시 구인영장 집행에 착수했다. 검찰은 연락을 끊고 도주한 의원들의 도피를 도운 사람들을 처벌하는 방침을 세우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법이 엄정하게 집행돼야 한다는 생각이었고, 마지막까지 적법절차가 잘 준수되고 죄에 상응하는 처벌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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