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을 한 데 묶어 매각하는 '패키지딜'이 무산된 후 유동성 위기가 우려됐던 동부그룹의 구조조정 작업이 최근 속도를 내고 있다.
21일 금융권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동부하이텍은 다음 달 본입찰이 진행될 예정이다. 예비입찰에 참여한 재무적 투자자 3곳 외에 전략적 투자자도 비공식적으로 인수의향을 내비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략적 투자자 중에는 중국 반도체 기업도 포함돼 있다.
동부하이텍 지분 매각은 지난 6월 동부하이텍이 보유하고 있던 계열사 지분이 걸림돌이 되면서 사실상 중단됐다가 최근 작업이 재개됐다. 동부그룹이 처분해야 할 동부하이텍 지분은 37%로 업계에서는 1500억~2000억원 규모로 추정하고 있다.
동부특수강 역시 철강업계의 자존심 대결로 번지는 등 매각열기가 한껏 달아오른 상태다. 우선 포스코특수강을 합병하기로 한 세아그룹이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세아그룹은 세아베스틸을 앞세워 포스코와 연합전선을 구축한 상태다.
전혀 움직임이 없던 현대제철도 관심을 갖고 있다. 내부 실무팀을 구성해 동부특수강 인수의 득실을 따져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동부특수강 인수가격을 2500억~3000억원 정도로 보고 있지만 인수전이 치열해질 경우 가격이 예상보다 오를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동부계열사의 매각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은 동부발전당진이 예상보다 흥행을 하면서 물꼬를 튼데 따른 것이다. 동부발전당진은 동부제철 인천공장과의 패키지 매각이 무산된 후 경쟁입찰을 통해 순탄하게 매각을 완료했다. 매각이 순항하면서 동부그룹의 유동성 위기도 일단 한숨을 돌린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주도로 이뤄진 '패키지 매각'은 결국 산은이 업계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결정이 아니었느냐는 지적도 다시 불거지고 있다.
산은은 당시 동부그룹 구조조정의 핵심인 동부제철 인천공장의 매각이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 인기 매물인 동부발전당진과 묶어 매각하려고 했다. 패키지 매각, 포스코 단독 입찰 진행 모두 당시 상황에서 내릴 수 있는 최선의 판단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산은이 설계한 '패키지 매각'은 결과적으로 실패로 끝이 났다. 업계에서는 "처음부터 별도 매각으로 진행했다면 이미 구조조정 절차가 상당수 진행됐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동부하이텍과 동부특수강의 매각작업이 당초 계획대로 연말까지 순조롭게 마무리되면 동부그룹이 자구계획에서 내놓은 매각 대상 자산 가운데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메탈 등만 남게 된다.
동부제철 인천공장 매각 방향은 동부제철과 채권단과의 자율협약 실사가 마무리된 후에 나올 예정이다. 빨라야 10월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동부메탈 매각은 당분간 업황 추이를 지켜본 후 재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어서 다소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동부당진항만은 항만을 담보로 브리지론 자금을 빌린 상태여서 추후 상황에 따라 매각 여부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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