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금융감독원이 임영록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에 대한 징계 수위 결정을 또다시 연기했다. 벌써 다섯번째다. 기간으로 따지면 KB 징계건으로 한 달 반을 소비했다. 다른 안건은 자연스레 지연됐다.
금감원은 전날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임영록 KB금융지주와 이건호 국민은행장에 대한 징계 수위를 논의했으나 끝내 결론을 내지 못했다.
금감원 측은 제재 대상자가 많고 소명 과정에서 억울한 일이 없도록 당사자를 배려하다보니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은 ▲전산기 교체 관련 내부통제 부실 ▲국민카드 고객정보 유출 ▲도쿄지점 부실대출 ▲보증부대출 부당이자 환급액 허위 보고 ▲국민주택채권 90억원 횡령 등으로 임직원 포함 200여명이 징계대상에 오른 상태다.
금감원은 당초 첫 제재심이 열린 6월26일까지 이들에 대한 제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소명대상자가 많다는 이유로 5차례나 제재심을 열고도 징계수위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기간으로 따지면 한 달 반이 지났다.
감사원과의 의견 충돌도 제재 결정이 유보되는데 한 몫했다. 감사원은 첫 번째 제재심이 끝난 후 고객정보유출 관련 KB금융지주에 대한 금융위원회의 유권해석에 의문을 제기했다. 국민은행 고객정보를 국민카드로 이관하는데 꼭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을 필요는 없다는 것. 이는 임 회장 제재 근거 중 하나다.
결국 감사원이 이를 검토하기로 하면서 제재심도 사실상 한 달 가량 발목이 잡혔다. 금감원은 지난달 24일 임시 제재심까지 열면서 심의를 진행했지만 제재 대상자의 소명을 듣는다는 이유로 또 다시 징계 결정을 연기했다. 이후 28일, 감사원이 금감원의 징계가 부당하다는 취지의 감사결과를 내놓으면서 상황이 더 복잡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금감원은 오는 21일 다시 제재심을 열 방침이다. 하지만 이 행장 등 은행 제재대상자의 소명이 아직 남아있어 결정이 9월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한편 금감원의 제재가 계속 미뤄지면서 KB금융과 국민은행은 임원 인사가 늦어지는 등 심각한 경영공백 상태에 빠졌다. 고객정보 유출 관련 다른 카드사와 은행들에 대한 징계, KT ENS 관련 대출사기,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와 관계사에 대한 금융권 대출 징계 등 여러 굵직한 안건에 대한 징계 수위 결정도 자연스레 밀리고 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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