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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읽다]에볼라 사태 뒷북만 치는 W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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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전격 실험용 백신 처방…과학계 논란

[과학을 읽다]에볼라 사태 뒷북만 치는 WHO ▲인천공항에서 에볼라 검역작업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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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에볼라 바이러스를 두고 전 세계에 공포가 드리운 가운데 인간을 대상으로 임상실험을 거치지 않은 지맵(Zmapp)을 미국이 전격 처방하면서 논란이 뜨겁다. 미국은 이 실험용 치료제를 에볼라 감염자인 켄트 브랜틀리 박사 등 2명에게 투여했다.

서아프리카에서 감염된 미국인 2명이 본국으로 송환돼 애틀랜타에 위치한 에모리대병원에서 지맵을 처방받은 뒤 치료 중이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두 명의 미국인 에볼라 환자가 후송되자 에모리대병원 의사들은 "동정적 측면에서 이들 환자에게 임상실험을 거치지 않은 에볼라 치료약을 긴급하게 처방해 달라"고 미 식품의약국(FDA)에 승인을 요청했다.


FDA는 이에 대해 임상실험을 거치지 않은 에볼라 백신인 지맵에 대한 사용을 허락했다. 이를 두고 전 세계 과학자와 에볼라 발병 국가들 간의 논란이 시작됐다. 사이언스지 등 해외 과학매체들은 왜 이런 논란이 불거지는지에 대해 최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한 실험 약과 백신 처방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WHO의 이런 입장과 달리 미국은 FDA의 '동정적, 긴급 승인'에 따라 실험용 치료제를 사용했다. 당황한 곳은 WHO였다. 국제적 합의와 달리 미국이 단독으로 자국민에게 실험용 치료제를 처방해 버렸기 때문이다.


WHO 대변인은 지난 7월16일 "에볼라 비상 상황에서 인간에게 실험용 백신을 사용하는 것은 실현가능하지도, 윤리적이지도, 현명하지도 않은 일"이라고 말한 바 있다. 에볼라에 대한 실험용 치료제를 사용하겠다는 카드는 분명 WHO에는 없었던 셈이다.


그랬던 WHO가 미국이 지맵을 전격 자국 감염자에게 사용하고 서아프리카는 물론 나이리지아 등으로 에볼라가 확산되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추가로 11일에 윤리위원회를 소집해 지맵 등 임상실험을 거치지 않은 실험용 치료제를 사용해도 될 것인지를 두고 논의하기로 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의 톰 프리든 소장은 "지맵은 과학적 진보에 대한 논란보다는 미디어 논란으로 변질된 측면이 없지 않다"며 "분명한 사실은 우리도 아직 지맵이 도움이 되는지, 아니면 해를 끼치는지 알지 못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처방받은 미국인 감염자 두 명도 효과가 있는지 추이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지맵이 WHO 윤리위원회를 거쳐 처방 가능 허락이 떨어지더라도 문제는 또 있다. 지맵을 생산하는 곳은 미국의 맵바이오제약(Mapp Biopharmaceutical) 회사이다. 이들 회사에 어느 정도의 사용가능한 지맵이 있는지 파악되지 않고 있다. 프리든 소장은 "정확히 얼마나 많은 양이 있는지 알 지 못한다"고 전제한 뒤 "듣기로는 한 주먹 만큼 밖에 없다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WHO가 맵바이오제약이 지니고 있는 지맵의 정확한 양을 파악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여기에 과학계에서는 지맵이 임상실험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사용하는데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이들이 많다. 이런 논란을 어떻게 수습해 나갈 것인지도 WHO의 숙제이다.


이번 에볼라 치료제는 여러 측면에서 입장이 뒤바뀌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시에라리온의 에볼라 전문의 우마르 칸 박사( Sheik Umar Khan)는 에볼라를 치료하다 자신이 감염돼 지난 7월29일 숨졌다. 우마르 칸 박사는 지맵의 존재를 알고 있었는데 사용하지 않았다. 서아프리카에서는 에볼라 사망자가 1000명에 이르고 있다.


만약 지맵을 이들 서아프리카에서 먼저 사용됐다면 이들 서아프리카인들은 자신들을 '기니피그(실험용 동물)'로 인식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서아프리카인들에게 검증되지 않은 실험용 약을 처방했다는 비난에 휩싸이면서 적개심 등을 불러일으켰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았다.


미국인에 실험용 치료제가 첫 사용되고 WHO가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미국이 이번 에볼라 논란을 이끌어가는 형국이 돼 버렸다. 현재 지맵을 처방받은 두 명의 미국인들은 상태가 호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나이지리아와 서아프리카 국가들은 미국을 상대로 지맵을 공수해 줄 것을 강력히 요청하고 있다. 미국은 이런 요구에 대해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고 양도 많지 않다'는 이유를 대면서 머뭇거리고 있다. 자국민에게 처방한 치료제를 두고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 '양이 얼마 없다'는 것을 두고 전 세계가 어떤 해석을 할 지 미묘한 뉘앙스를 남긴다.


WHO는 긴급 윤리위원회를 개최해 지맵을 처방할 것인지 여부를 두고 논의할 예정이다. 이번 에볼라 사태는 전 세계 보건상황을 면밀히 감시하고 방어해야 할 WHO가 뒷북만 치고 있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긴급 윤리위원회 개최도 이런 측면에서 전 세계인들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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