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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인 교체 때마다 보수 '싹뚝'

시계아이콘읽는 시간45초

주요 대기업들 '꼼수' 만연…부실 감사로 이어질 수 있어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주요 대기업들이 감사인 교체시기를 활용해 수임료를 대폭 깎아온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수임료 삭감은 부실 감사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7일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시가총액 상위 100대 기업 중 외부 감사인을 바꾼 47개사의 감사보수 변동 추이를 분석한 결과, 61.7%인 29개사가 감사 시간당 보수를 줄인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항공은 지난 2009년과 2010년 사이 한영회계법인에서 삼정회계법법인으로 외부감사인을 바꾸면서 감사보수를 5억원에서 2억9500만원으로 줄였다. 또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삼호중공업은 2013~2014년 감사인을 삼일에서 삼정으로 바꾸면서 감사보수를 2억7000만원에서 1억5500만원으로 43%씩 줄였다.


연도별로는 2009년 5개 상장사 중 4곳이 감사인을 변경하면서 감사 보수를 낮췄고, 2010년에는 20곳 중 11곳이 감사 보수를 줄였다. 2011년에는 감사인을 교체한 4개 상장사 모두 감사보수를 내렸다. 2012년에는 5곳 중 2곳이, 지난해에는 13곳 중 8곳이 감사인이 바뀌면서 감사보수가 감소했다.

'빅4' 회계법인 관계자는 "감사인 교체가 있을 때마다 보수가 줄어들다보니 이젠 거의 임계치에 도달한 수준"이라고 푸념했다. 이어 "인력이나 시간을 기준으로 감사보수를 추산해 제안서를 써봤자 어차피 무용지물이 된다"며 "기업들이 할인율을 60%씩 적용해버리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감사보수는 회계법인에서 감사수수료, 투입시간, 투입인원 등을 감안해 추산한다. 하지만 가격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할인율을 대폭 적용하는 게 관례화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감사품질은 뒷전으로 밀려나기 십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회계사는 "감사 현실은 감안하지 않고 사실상 '적당히 싸게 하자'는 인식이 만연한데 가격경쟁을 유도하는 '자유수임제' 하에 있는 현 상황에선 고쳐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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