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음사, 1차분으로 6권 선보여..2017년까지 13권으로 완간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 이탈로 칼비노(1923~1985)는 현대 환상문학을 개척한 보르헤스, 가르시아 마르케스와 함께 세계 3대 거장으로 손꼽힌다. 일각에서는 알베르토 모라비아, 움베르토 에코와 함께 20세기 유럽의 가장 빼어난 작가로 그의 이름을 거론하기도 한다. 어찌되었든 국내에서는 다른 작가들만큼 익숙한 이름은 아니지만, 그가 20세기 최고의 작고라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다는 이야기다.
칼비노는 1923년 쿠바의 산티아고 데 라스베가스에서 농학자 아버지와 식물학자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학창시절부터 시를 즐겨 썼고, 토리노 대학에 입학해서는 소설을 썼다. 대학 시절 이탈리아 공산당에 가입해 레지스탕스 활동에도 참여했으며, 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조셉 콘래드에 관한 논문으로 졸업했다.
소설가로 주목받기 시작한 때는 1947년 몬다도리 출판사의 공모에 참가하기 위해 썼던 '거미집으로 가는 오솔길'이 출판되면서다. 자신의 레지스탕스 경험을 토대로 쓴 이 첫 작품으로 칼비노는 이탈리아 리치오네상을 수상했다. 네오리얼리즘의 영향을 받아 사실적인 소재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칼비노 특유의 환상적인 분위기도 찾아볼 수 있다.
이후 내놓았던 '우리의 선조들' 3부작부터는 네오리얼리즘에서 환상적인 우화 스타일로 방향을 전환했다. 선과 악으로 몸이 분리된 남자를 주인공으로 한 '반쪼가리 자작', 나무 위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인간 사회를 관찰하고 현실정치에도 참여한 남작의 이야기를 다룬 '나무 위의 남작', 존재와 비존재를 상징하는 두 인물을 기발한 상상력으로 그려낸 '존재하지 않는 기사' 등이 그 주인공이다. 이 시기, 칼비노는 자신만의 환상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하며 명성을 얻었다.
그의 실험은 이후로도 계속됐다. 과학과 환상을 버무린 '우주 만화', 이미지와 텍스트의 상호 관계를 탐구한 '교차된 운명의 성', 하이퍼텍스트를 소재로 한 '어느 겨울밤 한 여행자가', 일상 가운데 존재하는 공상적인 이야기인 '마르코발도'와 '힘겨운 사랑' 등의 작품을 발표하면서 세계 문학계의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했다. 1981년에는 프랑스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았고, 1984년에는 이탈리아인으로는 처음으로 미국 하버드대학의 '찰스 엘리엇 노턴 문학강좌'를 맡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강연 원고를 준비하던 중 뇌일혈로 쓰러져 1985년 세상을 떠났다.
민음사에서는 최근 총 13권으로 완간 예정인 이탈로 칼비노 전집을 출간했다. 우선 1차분으로 국내 초역인 '교차된 운명의 성'과 '어느 겨울밤 한 여행자가' 등 2권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및 단행본으로 출간됐던 '거미집으로 가는 오솔길', '반쪼가리 자작', '나무 위의 남작', '존재하지 않는 기사' 등 4권을 선보였다. 나머지 7권은 2017년까지 완간 예정이며, 이 중에는 국내 초역인 '팔로마르', '힘겨운 사랑' 등도 포함돼있다. 이탈로 칼비노를 전공한 역자 이현경은 "칼비노에게 이야기하는 것, 글을 쓰는 것은 여행을 하는 것, 미궁으로 들어가 삶의 의미를 찾음으로써 그 여행을 완수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한다.
( 이탈로 칼비노 / 이현경, 김운찬 옮김 / 민음사 / 각권 1만1000~1만4000원)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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