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 제재 참여국들을 상대로 전방위 식품 금수 조치를 내린데 대해 러시아의 타격이 더 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개인·법인에 경제 제재를 가했거나 동참한 국가에서 생산된 농산품, 원료, 식품의 수입을 1년 동안 금지·제한 한다는 내용의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러시아에 경제 제재를 부과한 나라는 미국, 유럽연합(EU), 캐나다, 호주, 일본 등이다.
구체적인 품목은 추후에 발표될 예정이지만 러시아 국영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미국산 농산물 전량과 일부 축산물, EU의 채소·과일류가 포함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주류 가운데 와인은 제외되고 종자, 유아용 식품 등도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정부는 러시아의 식품 금수 조치에 대해 스스로 고립을 자처하는 행동이라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로라 매그너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의 국제적 고립이 더 깊어지고 러시아 경제가 더 큰 피해를 입을 것"이라면서 "러시아 중앙은행이 우려한대로 인플레이션이 더 악화할 소지가 있다"고 경고했다.
WSJ은 정부 관계자들과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러시아의 보복성 식품 금수 조치가 미국과 유럽에 타격을 주겠지만 그 범위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전했다. 이번 조치로 동유럽국 농가가 비교적 타격을 많이 받겠지만 미국과 EU 경제 전체를 따지고 보면 그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EU가 지난해 러시아에 수출한 식품과 축산물 규모는 88억유로(약 117억9000만달러)에 불과했다. EU 회원국 가운데 러시아 교역 의존도가 큰 리투아니아의 경우 지난해 러시아 수출이 250억유로를 차지했지만, 이 가운데 농산물과 주류 수출은 13억유로에 불과했다.
또 미국통계국에 따르면 미국이 지난해 러시아에 수출한 축산물 규모는 3억2900만달러다. 러시아가 최근 몇 년간 자국 축산업 성장을 위해 무역 장벽을 세운 탓에 미국의 러시아 축산물 수출 규모는 2008년 수준의 25%에도 못 미치는 규모로 축소된 상태다. 특히 닭고기의 경우 러시아가 미국 닭고기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 정도로 1990년대 40%에서 크게 줄었다.
지난해 기준 미국의 대외 교역에서 러시아의 비중은 1%에 불과하다. 비교적 비중이 큰 미국의 러시아 수출 품목은 항공기, 자동차, 광산장비, 원유탐사 장비 등이지만 아직 이 부문에 대해서는 러시아가 금수 조치를 내리지 않았다.
반면 러시아의 경우 외국산 식품이 전체 소비량의 약 3분의 1을 차지할 만큼 해외 의존도가 높다. 수입 종자, 농약, 농기계 의존도 또한 높아 식품 자급자족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결국 공급 부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위험에 노출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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