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아시아 김종완 자문위원]
이번 호에는 서울권 이외의 자사고(이하 전국단위 자사고) 지원전략에 대해 소개해보고자 한다. 이 글을 읽기 전 필자가 전편에 소개한 ‘고입 환경의 변화 진단-자사고편’을 읽어 보는 것이 이 글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전면적인 성취평가제 도입은 올해 자사고 입시 변화의 핵심이다. 이러한 파격적인 전형의 변화는 그동안 우수한 학생을 선발해왔던 전국단위 자사고의 입장에서 곤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첫째 성취평가는 시험의 난이도를 고려하지 않아 학생의 실력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없다는 문제점이 있다. 어려운 시험에서 B를 받은 학생이 쉬운 시험에서 A를 받은 학생보다 실력이 부족한 학생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둘째 1단계에서 성적만으로 일정배수(보통은 2배수)를 추려 면접을 실시하는 상황에서 주요 교과만을 반영했던 자사고의 경우 주요교과 ALL A비율이 지나치게 많다면, 정해진 시간과 인력으로 면접이 불가능할 것이다.
자사고의 입장에서 이러한 두 가지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표준편차와 평균을 반영하려 했으나, 교과부의 강경한 입장에 부딪쳐 평균과 표준편차를 직접적으로 수집해 확인 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학교 알리미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있기 때문에 시험의 난이도라는 변수를 통제하고 싶은 자사고의 경우 이 방법을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대표적으로 상산고의 경우 발표한 전형 요강에 따르면 원점수를 직접적으로 확인 할 수 없기 때문에 표준편차의 크기에 따라 원점수를 추정하는 전형요강을 발표했다. 즉 시험이 어려울수록 표준편차가 크고, 쉬울 경우 표준편차가 작게 나타난다는 점을 이용해 표준편차의 크기에 의해 원점수를 추정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표준편차가 5보다 작은 경우 대체로 쉬운 시험일 것이고, 이 경우 A를 받은 학생의 원 점수는 90점보다는 100점에 가까울 것이다. 반면 표준편차가 20보다 큰 경우 이 시험은 어려운 시험일 것이고, 이 경우 A는 100점보다는 90점에 가까울 것으로 추정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추정 원점수를 가지고 추정 Z값을 산출하여 지원생 중 지나치게 ALL A가 많아 면접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경우에 대비하고 있다. 반면 민사고의 경우 표준편차와 평균을 반영하겠다는 취지의 전형요강안을 발표했다가 반영하지 않기로 전형요강을 최종 수정하였다.
두 고교 모두 표준편차와 평균을 고려하고자 했으나, 그 의도는 서로 다르다. 전학기, 전과목을 반영하는 민사고의 입장에서는 지나치게 1단계 통과자가 많을 것을 우려한 것이라기보다는 시험의 난이도를 통제해 어려운 시험에서 B를 받은 학생을 구제해주려는 의도가 짙다.
반면 상산고의 경우 1-2학기~3-1학기 총 4개 학기 주요교과 5과목만을 반영하기 때문에 ALL A가 지나치게 많아 현실적으로 면접이 불가능 할 수 있음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두 고교 모두 나름의 현실적인 문제인식에서 출발했지만, 어찌 되었건 민사고의 경우 평균과 표준편차 수집을 하지 않기로 일단락되었다. 그러나 민사고의 경우 심층면접이 당락의 결정적 요소이므로, 설령 표준편차와 평균을 수집하지 않아도 크게 문제 될 일은 없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각 자사고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주요교과 ALL A비율이 생각만큼 높지는 않다. 필자의 업체인 에듀바른 컨설팅에서 학교알리미 사이트에 공개된 서울, 경기 등 주요 지역 393개교의 과목별 A비율을 분석한 결과 4개 학기 주요교과 ALL A비율은 평균 5.3%~5.6%정도였다. 또한 한 학기가 추가될수록 ALL A 비율은 감소하기 때문에 전 학기를 반영하는 고교의 경우 실제 ALL A비율은 4%이하가 될 것이다.
전국단위 자사고 입학을 고려하는 학생과 학부모의 경우 반영 학기에 따라 추정 ALL A비율을 파악해, 지원가능한 자사고를 진단해볼 수 있다. 또는 본인의 성적으로 지원 가능한 고교도 충분히 합리적으로 예측해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예측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자사고 재지정과 관련한 정치이슈이다. 만약 자사고 일부가 일반고로 전환된다면, 수월성 교육에 대한 수요는 다른 자사고 입시 결과에 영향을 주게 될 것이므로 이후 자사고 입시는 미궁 속으로 빠져들게 될 것이다.
수월성 교육과 평등주의적 교육가치의 논란 속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어린 학생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학생의 비전과 꿈을 꺾지 않는 선에서 합리적인 대안이 나오길 기대해본다.
에듀바른 컨설팅 김종완 대표 kjw9310@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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