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장준우 기자] 진심이 통했다. 모두가 불가능이라 여겼던 '거위의 꿈'은 이뤄졌다. 여당의 불모지인 호남에서 이정현 당선인(전남 순천ㆍ곡성)은 세 번의 도전 끝에 한국 정치사의 한 획을 긋는 값진 승리를 얻었다. 개인적으로는 당선소식을 암 투병 중에도 남편의 선거를 도운 부인 김민경씨에게 들려줬다. 선거일인 30일은 이 당선인 모친의 생신이기도 했다.
이 당선인은 일찍이 '호남지역 여당 국회의원'을 꿈 꿨다. 이제는 고향에 출마해 그 꿈을 이뤘지만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광주 서을에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했을 당시 득표율은 고작 1.03%, 처참한 패배였다. 야당 일색인 호남에서 여당 후보가 승리하기란 불가능해 보였다. 그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주변 모두가 만류했지만 2012년 19대 총선에서 광주 서을에 다시 도전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39.7%의 득표율. 아쉽게 낙선했지만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 당선인은 지난 6월 청와대 홍보수석직을 내려놓았다. 당시 서울 동작을에 전략공천될 것이란 얘기가 나돌았다.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이라는 점에서 수도권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보는 이들이 많았다. 예상과 달리 그는 또 한번 호남을 택했다.
그는 연이은 낙선으로 소중한 교훈을 얻었다. 조직보다 밑바닥 민심의 중요성을 알게 된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그의 필승카드는 조직력도, 지도부의 지원도 아닌 낡은 자전거 한 대였다. 선거운동기간 내내 새벽 3시30분에 일어나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나홀로 유세'로 유권자들을 만났다. 지역주민들의 손을 하나하나 붙잡고 '머슴처럼 쓰고 버려달라'고 호소했다.
부인 김씨의 헌신적인 내조도 지역주민들의 마음을 움직이는데 큰 역할을 했다. 김씨는 2011년 말 유방암 판정을 받고 3차례 수술을 받은 데다 최근에는 허리수술도 받았지만 남편의 선거유세 현장에 나와 힘을 보탰다. 마지막 집중 유세에서는 허리 통증과 함께 탈진 증세를 보였지만 남편 곁을 떠나지 않았다. 김씨는 선거후 절대 안정을 취하고 있다.
이 당선인의 별명은 '박근혜의 입'이다. 박 대통령과의 인연도 깊다. 17대 총선에서 낙선했을 당시 당 대표였던 박 대통령은 이 의원을 격려하는 오찬 자리를 마련했다. 이 당선인은 "호남을 포기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고, 박 대통령은 며칠 후 당 수석부대변인으로 발탁했다. 이 당선인은 박 대통령의 곁을 10년간 쭉 지켜왔다. 지난 대선 직후 청와대 정무수석과 홍보수석으로 연이어 발탁됐다.
장준우 기자 sowha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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